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발해 총파업(집단 진료 거부)을 결의했지만 변수가 많아 성사 여부는 유동적이다. 당장 의사회 내부에서도 원격 진료와 '의료 민영화'에 대해 시각차가 있다. 따라서 전체 9만5000여 회원을 대상으로 한 파업 찬반 투표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의사회 내부에서 원격 진료와 의료 민영화에 거부감이 많은 것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개원의다. 정부는 동네병원을 대상으로 원격 진료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차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개원의들은 결국 대형병원까지 폭을 넓힐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동네의원은 모두 문을 닫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료 민영화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월급을 받는 봉직의들은 생각이 좀 다르다. 원격 진료와 의료 민영화가 되더라도 당장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고 해석한다. 따라서 이 문제만으로 진료를 거부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실제 12일 의협회관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안과 의사 임동권 씨는 '대책 없는 파업 결정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브리핑장에 나와 1인 시위를 벌였다. 임 씨는 "나처럼 파업에 반대하는 회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협은 다수 회원이 정부 정책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장담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부산 지역 모 병원장은 "의료 민영화와 원격 진료에 대해 국민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파업에 나선다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 선진국에서도 병원의 영리 활동을 인정한다. 차라리 의사 수 증가와 저수가 정책으로 의료 질이 떨어지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0대 신경외과 봉직의는 "병원협회는 (정부 방침에) 찬성하는 분위기여서 봉직의는 파업 동참이 어려울 것이다"고 밝혔다.

경남 양산 지역 한 개원의는 "원칙적인 생각은 동의해도 행동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다. 의사들이 파업하면 국민을 볼모로 한 단체 이기주의로 몰아붙인다. '돈 많이 버는 의사들이 뭐가 모자라 머리띠를 동여매느냐'는 식"이라고 아쉬워했다.

의협 지도부도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해 파업 개시일을 3월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영리병원 추진을 반대하는 야당 안에서도 의료 파업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