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사고'라는 외신 보도 역시 줄을 이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토대로 세월호 사고 원인을 따져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됐다. 사고 원인이 된 '안전불감증'에서 '1등 탈출' 선장 등 승무원들의 '무책임', 정부의 '무능'이 3중으로 겹친 인재(人災)였다. 결국, 국가 재난대응체계를 통째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 선박 무리한 증개축·과적… 사고 위험성 높여

① 안전불감 선사

- 물살 센 곳에서 무리한 급선회 

- 느슨하게 묶은 화물 쏠리며 침몰

- 선박 부실검사 통과 가능성도

정부의 조사와 전문가의 분석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침몰의 주요 원인은 급격한 방향 선회, 느슨한 화물 결박과 증·개축에 따른 복원력 상실로 요약된다. 이 같은 원인의 배경에는 허술한 선적 감시와 선박 검사도 있다.

해양수산부의 AIS(선박자동식별장치)의 항적자료를 보면 세월호는 지난 16일 시속 33㎞로 조류가 빠른 맹골수도를 지나면서 우현으로 급선회했다. 중심을 잃고 기울기 시작한 배는 통제력을 잃고 9분 동안 115도를 회전하며 침몰했다. 모든 선박은 무게 중심이 배 밑바닥에 집중돼 한쪽으로 기울더라도 평형을 유지하는 복원력이 있다. 그러나 세월호는 당시 복원력을 완전히 잃었다. 조류 최대 시속이 11㎞에 이를 정도인 맹골수도에서 급격한 선회가 이뤄져 복원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짙은 안개로 출항이 지연된 탓에 가뜩이나 조류가 빠른 맹골수도를 지나면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크게 기울었을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다 회전하면 원심력을 크게 받는 것과 같은 원리다. 지난 15일 오후 6시30분께 인천에서 출항할 예정이던 세월호는 짙은 안개 때문에 2시간30분 늦은 밤 9시께 출항했다.

과적에 따른 허술한 화물 결박도 한몫했다. 생존자와 승무원의 증언에 따르면 차량과 컨테이너 등이 왼쪽으로 쏠렸다. 엄청난 무게가 한쪽에 가해지면서 배가 한층 더 기울어진 것이다. 해운조합의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는 세월호에 화물 657t, 차량 150대가 실렸다고 적혀 있다. 이는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밝힌 화물 1157t, 차량 180대와는 큰 차이다. 선적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많은 화물을 실으면서 결박을 소홀히 해 침몰을 가속화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세월호가 건조 후 두 차례 증축, 개조된 점도 문제다. 1994년 6월 일본에서 건조될 당시 총톤수는 5997t이었다. 그러나 한 달 후 개조하면서 6586t으로 늘었다. 2012년 10월 국내에 도입된 뒤 세월호는 다시 개조돼 239t에 승선 정원이 116명 늘어났다. 무게 중심이 높아져 선박 복원력을 저하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취항 전 한국선급 검사에서 복원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러나 별다른 보완 없이 2차 검사를 통과됐다. 이 때문에 검경 합동수사본부도 한국선급을 대상으로 검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아이들 사지에다 몰아 넣고는 먼저 줄행랑

② 후안무치 선장·선원

- 침몰 중에 "움직이지 마라" 방송

- 승객 우선 보호 임무 팽개친 채

- 자기들은 함께 구조보트에 올라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1일 생존한 선박직 승무원 4명을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했다. 이로써 구속된 선장 이모(69) 씨 등 3명 외에 승무원 피의자는 모두 7명이 됐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유기치사와 수난구호법 위반. 생사기로에 놓인 승객을 보호하지 않아 사망하게 했다는 뜻이다. 

범정부합동사고대책본부가 공개한 세월호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간 교신 내용을 보면 선원들의 무책임함 탓에 피해가 커진 정황이 잘 드러난다. 침몰이 진행될 때 민간 선박이 구조 목적으로 세월호 주변에 대기했지만, 세월호에서는 31분간이나 승객들에게 탈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이날 VTS와의 교신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1등항해사 강모 씨가 주로 맡았다. 이외 다른 승무원도 교신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1등 탈출'의 오명을 쓴 선장 이 씨만은 교신조차 하지 않았다. 승객에게 탈출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선원 중 상당수는 탈출이 쉬운 함교(브리지)에 모여 있었다. 함교는 선장이 배를 지휘하는 곳으로 배의 가장 꼭대기 부분이다. VTS와의 교신 내용 중 "선원들도 브리지에 모여 거동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한 것을 보면, 선원들은 저마다 지닌 무전기로 위기 상황을 전달하고 함교에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 시각 "움직이면 위험하니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들은 승객들은 기울어진 선체의 바닥에 등을 대고 벽에다 발을 디딘 채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해운법에 따라 마련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은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선장은 인명의 안전 확보를 위한 최우선적 조치를 하고 사고 확대 방지 및 여객의 불안을 없애려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정했다. 승무원은 승객들에게 비상탈출구 위치와 가는 방법 등을 안내해야 마땅하지만, 자신들만 빠져나가기 바빴다. 

그 결과 15명의 선박직 승무원은 모두 생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마지막까지 승객의 탈출을 도운 박지영(23) 씨 등 승객 서비스 승무원은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 컨트롤타워 '먹통'… 재난관리 무기력 드러내

③ 안일한 대처 정부

- 부처별 협조체계  제대로 안돼

-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우왕좌왕 

- 실종자 가족·국민들 더 분노케

사고 수습과정에서 정부의 무능력은 연일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정부는 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투입했다고 밝혔지만, 가라앉은 선체 내에서는 단 한 명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실종자 가족들이 품었던 희망은 점차 옅어지다 못해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바뀌었다.

21일 이종인 잠수기술공사 대표가 '다이빙 벨'을 사고 해역으로 운반했으나 구조 당국의 반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결국, 회항했다. 다이빙 벨은 종 모양의 잠수 기구로, 크레인에 매달아 바닥까지 내리면 그 안에서 잠수부들이 작업하도록 하는 장비다. 다이빙 벨을 수중에 내릴 때 종 상부에 에어포켓이 형성되고 그곳에 콤프레셔로 공기를 주입하면 잠수부들이 숨 쉬면서 작업하는 원리다. 사고 초기부터 이 대표가 "다이빙 벨을 이용하면 수심 70~100m에서 20시간 이상 작업할 수 있다"며 투입 필요성을 밝혔으나 정부의 요청이 없자 지난 20일 이 대표가 스스로 팽목항으로 운반했다.

이는 재난 당국의 늑장대처 일면이다. 세월호 내 에어포켓 형성 구간에 생존자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가능한 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달라고 꾸준히 요청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 조치는 요청이 있은 지 3~4일 만에야 실행됐다. 야간 수색을 위해 어선의 조명을 이용하자거나, 선체 수색에 원격탐사로봇을 사용하자는 요청이 그랬다.

그러는 동안 빠른 조류와 나쁜 시정 탓에 잠수부들은 연일 선체 진입에 실패했다. 사고 닷새째인 지난 20일 처음으로 유리창을 깨고 선체에 진입했다.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정보 전달 체계 부실도 큰 문제다. 총승선자와 구조자 수를 파악하는 것부터 혼선이 불거졌다. 지난 18일 총승선자는 475명에서 476명으로, 구조자는 179명에서 174명으로 변경됐다. 다수 기관이 구조에 참여해 동일인이 중복으로 집계됐다는 이유다. 

이 같은 일은 처음이 아니다. 침몰사고가 발생한 첫날인 지난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구조자 수가 36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가 오후 4시께 180여 명을 구조했다고 정정해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을 타들어 가게 만들었다. 승선자 수도 이날 하루에만 4차례 변경됐다.

컨트롤타워인 중대본이 개점휴업 상태라는 비난이 지속해서 제기됐지만, 정작 안전행정부는 해난 사고에 대해 해양수산부와 해경보다 무지하다. 숫자 집계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금은 아예 브리핑 창구가 해경으로 바뀐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