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세계노인학대인식의 날

- 자녀가 가해자인 경우 대부분
- 피해자가 부인하면 속수무책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15일)을 앞둔 가운데 최근 5년간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신고를 받아도 피해 노인이 학대 사실을 부인하면 손 쓸 방도가 없어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3일 부산 동·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양 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는 2008년 247건이었지만, 지난해 309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5월 말 현재 149건이 접수됐다. 노인학대는 일반적으로 신체적 폭행에 한정해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정서적 성적 학대와 방임·유기까지 더해져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5일 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가 접수된 A(여·75) 씨는 알코올중독인 아들로부터 경제적 학대를 당했다. 아들은 A 씨를 부양하지 않으면서도 노령연금 등 생계 지원금이 입금될 때마다 집으로 찾아와 돈을 가져간 뒤 술을 사 마시는 데 써버렸다.

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이 보호 중인 B(여·85) 씨는 자녀의 방임 탓에 고초를 겪었다. 부산에서 혼자 살던 B 씨는 자신을 부양하겠다는 아들을 따라 경기도 포천으로 이사했다. 전셋집을 정리하고 남은 돈을 아들에게 줬지만, 아들은 1년도 채 안 돼 부양을 기피했다.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온 B 씨는 거리를 헤매던 중 경찰에 발견됐다.

노인복지법상 노인학대 신고 의무는 있지만, 피해 노인이 학대 사실을 부인하면 노인보호전문기관이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와 달리 아동학대는 신고 접수 즉시 아동보호기관과 경찰이 개입해 수사하고 가해자가 부모라면 접근 금지, 퇴거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인학대는 가해자가 자녀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학대 사실을 그냥 덮어두려는 노인이 많다고 노인보호전문기관 측은 설명했다. 2012년 보건복지부의 조사결과 피해 노인 중 36.3%는 학대를 경험해도 '참겠다'고 답했다. 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노인학대행위 조사원의 법적 권한이 약해 피해 노인이 상담을 거부하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적어도 경찰 고발이 요구될 정도의 학대인지 판단할 정도의 조사 권한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