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북구 금정산 텃밭에서 멧돼지 한 마리가 덫에 갇혀 있다.

- 지자체 호랑이 배설물·덫 설치
- 전문가 "지속적 관리 필요" 지적

겨울철 깊은 산 속에 서식하는 멧돼지가 도심 인근 산야에 출몰해 시민에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퇴근 뒤 부산 금정산을 찾은 김모(여·48) 씨는 야간 등반을 하다 자신의 키 절반가량 되는 검은 물체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다름 아닌 멧돼지였다. 김 씨는 "꼼짝 없이 큰 부상을 당할 뻔했다"며 "놀라 산행을 접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멧돼지를 두려워하는 건 등산객뿐만이 아니다. 강서구 천가동에서 고구마 밭을 경작하는 강모(62) 씨는 멧돼지가 밭을 파헤쳐 한해 농사를 망쳤다. 강서구는 올해 강 씨를 포함한 농가 2곳에 60만 원을 보상했지만 피해 농가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통 멧돼지는 외딴 산 정상부에 서식하지만 짝짓기를 위해 이동이 잦은 11월 말부터 3월 초까지 경작지나 민가에 출몰하는 사례가 많다.

그 결과 2010년 41마리(28건), 2011년 113마리(81건), 2012년 117마리(70건), 2013년 89마리(64건), 2014년(9월 말) 77마리(19건) 등 매년 80~100마리의 멧돼지를 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역별로는 강서구와 금정구, 북구에 자주 출몰한다. 지난해 강서구와 북구에서 각각 34마리, 19마리가 나타난 데 이어 올해는 지난 9월 말 현재 강서구와 금정구에서 각각 13마리와 5마리가 주민의 눈에 띄었다. 깊은 산이 많은 양산에서 김해나 금정산을 따라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간혹 무리에서 이탈한 멧돼지가 백양산을 타고 부산진구 등 도심에 출몰할 때도 있다. 지난달 24일 부산시민공원에 멧돼지가 나타나 주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행정 당국은 출현을 막으려고 인근 동물원의 호랑이 배설물을 멧돼지가 다닐 만한 길목에 뿌렸다.

반면 피해액은 2010년 8950만 원, 2011년 8120만 원, 2012년 2850만 원, 2013년 495만 원으로 갈수록 감소했다. 당국이 덫을 설치하면서 피해를 내기 전 잡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북구 금정산 수양관 인근 텃밭에서 맷돼지 한 마리가 덫에 걸려 포획됐다.

하지만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리가 없으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인봉 부산 야생동물보호협회장은 "오래된 먹이를 피하는 멧돼지의 습성상 3일에 한 번씩 덫 안에 있는 먹이를 교체해야 한다"며 "짝짓기 철 멧돼지는 예민하다. 멧돼지를 만나면 급하게 자리를 뜨거나 소리 지르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