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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인사이드] 도박에 빠져 감당 못할 빚더미, 어느 60대 화교의 끔찍한 결말

학장천 둑길 분신자살로 생 마감, "전기세 월세 두달치 밀려…" 유서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15-01-23 22:44:29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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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국적자 정부 지원도 막막

"지금 이 종이를 보면 나는 먼 곳으로 떠나 있을 거다. 전기세, 수도세와 TV시청료 두 달 치 월세가 밀려 있다. 은행빚은 신경 쓰지 마라."

지난 20일 낮 12시43분께 부산 사상구 엄궁동 학장1호교 밑 학장천 둑길에 시꺼멓게 불에 탄 남자 시신이 발견(본지 지난 21일 자 6면 보도)됐다. 시신은 등과 가슴 등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검안 결과 왼손가락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지문을 발견, 10시간 만에 신원을 알아냈다. 사망자는 사상구에 사는 화교 김모(65) 씨. 연락을 받은 가족들이 허둥지둥 김 씨의 집에 갔을 때는 탁자에 유서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7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지금과 달랐다. 김 씨는 전남 여수에서 음식재료 판매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자 6남매의 맏형이었다. 하지만 독신이었던 김 씨는 장사가 예전만 못한 데다 당뇨로 건강마저 나빠지자 가족 품이 그리웠다.

그는 몇 차례 고민 끝에 2008년 같은 처지인 남동생이 사는 부산으로 옮겨왔다. 가게와 집은 처분하고 수중에 남은 돈은 1억8500만 원.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사업을 시작하려 해도 종잣돈이 워낙 부족했다. 일용직으로 일하기도 어려운 나이였다.

5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평생을 모은 돈도 눈 녹듯이 줄어만 갔다. 그러다 마작 등 도박에 손을 댔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어 2013년 9월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한 번 손댄 도박의 늪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같이 마작할만한 사람이 사라지자 외국인 전용 호텔 카지노에까지 손을 댔다. 결국, 남은 돈을 모두 탕진하고 은행 빚까지 얻었다. 보다 못한 남동생마저 지난해 9월 그를 집에서 쫓아냈다.

빌린 돈에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신용등급이 나빠져 대출도 받기 어려웠다. 겨우 마련한 집은 남동생 집 근처 보증금 200만 원 월세 20만 원짜리 단칸방. 지난해 11월부터는 월세는 물론 전기세 수도세도 못 낼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 영양 상태가 나빠지자 지병인 당뇨는 점점 악화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대만 국적을 가지고 있었던 탓에 정부 지원을 받는 길도 모두 막혀 있었다.

막다른 길에 처한 김 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사상서 관계자는 "도박 중독이 매우 끊기가 어렵다"며 "복지 단체에라도 도움을 청해볼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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