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 어학원 비용까지 부담해야
- 시험 핑계로 돈만 챙기는 사례도
지난해 7월 결혼소개업체를 통해 베트남 여성과 국제결혼을 한 김모(48) 씨는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한국에서 신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신부가 한국어능력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어학당에서 한국어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화가 난 김 씨는 결혼소개업체를 상대로 항의했지만 "관련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김 씨는 지금도 매달 학원 수강료와 생활비로 50만 원 이상을 신부에게 송금하고 있다. 그는 "속은 기분이 들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지만 입증 자료도 부족해 난감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결혼 이주자들의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애타는 배우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도입된 한국어 능력 검증 제도를 일부 외국인과 결혼 소개업체가 악용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부터 결혼 이민비자 발급 기준을 강화해 한국어능력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거나 한국어 수업을 수료한 이들에게만 입국을 허용한다. 제도의 취지는 좋았다. 불·편법적인 국제결혼을 줄이고 이주자의 성공적인 한국 정착을 도울 것으로 예상했다. '결혼 이민 비자발급 세부심사 기준'에 따르면 결혼 이민 비자(F-6)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초급(1급) 수준의 성적이나 지정된 교육기관에서 이수한 한국어 과정 수료증이 필요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10년 넘게 증가세를 보이던 결혼이민자 수는 이 제도를 도입 후 지난해 12월 기준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베트남 네팔 등에서 한국으로 결혼 이주를 원하는 많은 여성이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수강료는 월평균 300달러 수준으로 대부분 한국인 배우자가 부담한다. 문제는 결혼할 의사가 없으면서 한국어 시험을 핑계로 돈을 뜯거나, 마구잡이로 여성을 소개한 후 수수료만 챙기고 내빼는 소개업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혼이민 비자는 한 번 불허되면 다시 6개월을 기다려야 하므로 길게는 몇 년간 입국할 수 없다.
한 결혼소개업체 관계자는 "어학원 수업료와 생활비까지 보내야 하므로 한국인 배우자의 부담이 클 것이다"라고 전했다. 실제 온라인의 '국제결혼 피해자 모임' 공간에는 피해 사례가 많이 올라온다.
한국어 능력 검증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국제결혼을 한 진모(50) 씨는 "알파벳도 모르는 사람에게 토플시험을 치라는 것"이라며 "속성 국제결혼 예방 장치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한국어 시험으로 부작용이 해소되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