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부산 온천천 물고기들이 오염 물질 유입으로 산소가 부족하자 수면 위로 올라와 가쁜 숨을 쉬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용존산소 10분의 1까지 뚝
- 숨 쉬러 수면 위 올라왔다
- 지쳐 죽는 등 잇단 '떼죽음'

부산 온천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온천천 주변에서 오염 물질이 유입되는 데다 낙동강 방류수마저 적어 피해가 더 컸다.

1일 오전 9시께 온천천 연안교와 세병교 사이에서는 안타까운 광경이 벌어졌다. 물속에 산소가 부족해 숨을 쉬기 힘든 붕어와 잉어 수백 마리가 물 위로 올라와 입을 벌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를 견디지 못한 물고기는 하얀 배를 드러내며 물 위에 떠올랐다. 한 시간 사이에만 수십 마리가 폐사했다. 수심이 얕은 세병교 인근에는 길이 30㎝가량의 물고기 여러 마리가 죽은 채 물 밖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폐사한 물고기가 100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온천천관리사무소 직원들은 그물망으로 죽은 물고기를 건져내고 있었다. 연안교 아래에는 이날 적조가 발생했다.

시민들은 물고기가 죽은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천정도(70·동래구 낙민동) 씨는 "비가 얼마 오지도 않았는데, 온천천 물에서는 썩는 냄새가 나고 고기가 수면까지 올라와 뻐끔거린다"며 "지역을 대표하는 공원인 온천천시민공원의 관리가 이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서명연(76·연제구 연산동) 씨는 "물고기가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숨을 쉬는 게 불쌍해 보인다"며 "부산시와 담당 구는 뭐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비가 조금 올 때마다 온천천 물고기는 죽는다. 생활오수를 처리하는 하수관로가 온천천 인근에 있기 때문이다. 이 하수관로는 빗물과 오수를 함께 흘려보내는 합류식이다. 비가 올 때마다 오수가 섞인 물이 하수관로를 통해 온천천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5~10㎜의 비가 내릴 때 자주 발생한다. 많은 비가 내리면 오수가 희석되는 효과가 있지만, 강우량이 적을 때는 오수가 거의 그대로 온천천으로 유입된다.

이날 부산 보건환경연구원이 측정한 온천천의 용존산소는 0.9㎎/ℓ로, 평상시(10㎎/ℓ)의 10분의 1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환경연구원 손정원 연구사는 "붕어나 잉어는 용존 산소 농도가 2㎎/ℓ만 돼도 살 수 있지만, 오늘은 용존산소량이 1㎎/ℓ도 안됐기 때문에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오다 지쳐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금정구는 지난달 31일 비가 내려 낙동강 물을 평소보다 절반가량 방류했다. 이날 내린 비로 유량이 충분하다고 봤다. 하지만 이날 내린 강우량은 8㎜에 그쳤다. 오염물질이 유입된 데다 낙동강 방류수가 적어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온천천 물고기의 떼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빗물과 오수를 따로 분리하는 하수관로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2000년부터 하수관로 분리 공사를 시작했다. 시 건설본부 관계자는 "현재 분리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온천천 상류 지역까지 공사를 마치려면 최소 3년은 걸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