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판부 검사로는 이례적으로
- 1년 전 사고 현장검증 등 벌여
- 지난달 1심서 유죄 끌어내
화물을 싣던 중 추락해 뇌 손상을 입은 피해자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20대 여검사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고 이후 회사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던 피해자 부인과 어린 세 자녀가 헤어져 지내는 모습을 봤던 검사는 최선을 다해 회사 대표의 유죄를 입증했다.
22일 부산지검 공판부(부장검사 배성효)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화물차 운송기사인 김모(41) 씨는 2층 창고에서 회사 화물 적재 작업을 하던 중 바닥에 뚫린 적재구에서 1층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김 씨는 뇌 손상을 입고 현재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 후 피해자 부인 최모(40) 씨는 남편 간병에 매달려야 했고, 어린 세 자녀를 친척에게 맡기면서 생이별을 해야 했다. 남편의 회사 대표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피해자에게 보상은커녕 사과 한 마디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3월 부산지검 공판부 허윤행(여·28·사법연수원 43기·사진) 검사가 김 씨의 사건을 맡게 됐다. 허 검사는 공판부 검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올해 3월 사고 지점에서 현장 검증을 벌였다. 또 한 달 뒤인 지난 4월 해당 재판의 변론이 종결된 상황에서 재판부에 변론 재개 및 최 씨의 증인 신청을 요청했다.
허 검사는 지난달 어린이날에 뿔뿔이 흩어져 지낸 김 씨의 어린 세 자녀의 안부를 걱정하면서 최 씨에게 전화를 걸어 변론 재개와 증인 출석 등을 전달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최 씨는 뜻하지 않은 허 검사의 전화에 눈물을 쏟았고, '잊지 못할 따뜻한 5월의 선물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편지를 부산지검에 보냈다. 그리고 허 검사와 최 씨는 지난달 16일 법정에서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반박했고, 마침내 1심 재판부는 지난달 29일 회사 대표인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인정하고 금고 8월을 선고했다.
최 씨는 "아무도 몰라주던 우리를 가족처럼 대해준 (허 검사는) 평생의 은인이다"고 말했다. 허 검사는 "고통받는 피해자와 어린 세 자녀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 검사는 201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지난해 2월 부산지검 형사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으며 올해 공판부로 이동했다. 그는 수원여고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