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 땐 주변 난개발 우려
수십 년간 학교 부지가 아닌 곳에서 학교 시설로 사용되던 곳들이 한꺼번에 손질된다. 마찬가지로 한 번도 학교로 운영된 적 없지만, 오랜 기간 학교 시설로 지정됐던 땅들도 대거 용도가 변경된다.
부산시는 그동안 불합리하게 관리돼온 초중고 학교시설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고 5일 밝혔다. 시는 우선 시내 154곳의 고등학교 가운데 1940, 1950년대부터 정상적인 수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도시계획상 학교시설로 결정되지 않은 12곳을 '법 테두리' 안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부산전자공고는 1943년 개교한 지역의 대표적 특성화 고교지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대지의 용도가 학교를 지을 수 있는 학교시설로 지정돼 있지 않다. 1954년부터 수업을 시작한 부산진여상 역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건물이 들어선 땅은 법으로 인정하는 학교용지가 아니다. 나머지 10개 고교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이 같은 일은 지금으로선 이해하기 어렵지만, 당시 관련 법 규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적 필요에 따라 학교들이 설립되면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학교시설사업촉진법에 근거해 이들 학교가 일정 시설을 완비하면 도시계획시설 인가를 받았던 것으로 본다. 불가피한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 조치도 한계는 있다. 만약 학교 이전 등으로 해당 용지의 사용 목적이 바뀌면, 건물과 땅을 학교시설로 규제할 수 없어 난개발 우려가 커진다. 시는 이에 따라 부산전자공고 등 12개 고교에 학교 지형도면을 고시하도록 해 도시계획시설 인가 절차를 정식으로 밟게 할 예정이다.
시는 이와 함께 배정고·부산외고 이전과 효광공고·북부산고·경남여상·향촌전자공고 신설을 위해 짧게는 11년 길게는 30년 동안 학교용지로 묶어놓은 땅들의 도시계획도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 대지 가운데 부산외고 이전 예정지인 해운대구 중동 산59 일원(2만6923㎡)은 1985년, 향촌전자공고 신설 예정지인 남구 용당동 산34의 9 일원(6만160㎡)은 1989년에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는 등 이미 많은 세월이 지났다. 하지만 학교 이전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학령인구 감소 영향으로 신설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는 조만간 학교재단 및 부산교육청과 협의를 진행해 해당 학교용지의 도시계획을 해제하거나 다른 공공시설 용도로 전환할 예정이다. 시는 초등·중학교도 전수 조사한 후 고등학교와 같은 방식으로 정비하도록 부산지역 각 구·군에 지시했다.
부산시 김광설 시설계획과장은 "학교 신설이나 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집행 지역에 대한 도시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런 폐단을 합리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정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