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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야생동물을 찾아서 <12> 여우

소백산에 다시 나타난 꾀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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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중부복원센터에서 자연적응 훈련을 받고 있는 여우.
- 예민한 청각과 후각 자랑하는 뛰어난 사냥꾼
- 들쥐 하루 3~5마리 사냥…개체수 조절 역할
- 배 부를 만큼 먹고 난 뒤 남은 먹이는 숨겨둬
- 야행성으로 낮에는 굴이나 바위 틈에서 단잠

- 종복원기술원 토종여우 복원사업 진행중
- 중국 등지서 들여와 자연적응 훈련 후 방사
- 인간에 대한 두려움 갖게 하는 연습도 시켜
- 2020년까지 소백산 일대에 50마리 증식 계획

50년 전만 해도 여우는 한반도 야생을 누비며 숱한 사연을 남긴 동물이다. 우리의 전설 민담 속에 단골로 등장하던 친숙한 동물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겐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다가오는 여우가 소백산 자락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름철 여우는 털갈이를 하느라 초라해 보이지만 사냥 활동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하다.

야행성인 여우는 해질 무렵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낮에는 대부분 굴 속이나 나무 밑, 바위틈에서 쉬거나 잠을 잔다.
여우는 뛰어난 사냥꾼이다. 생태계 최고의 들쥐 사냥꾼이다. 사냥한 포유류의 70% 정도가 들쥐다. 생태계에서 여우는 들쥐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우선 후각이 뛰어나다. 야행성인 이 놈은 낮에 굴속이나 나무숲에 웅크리고 있다가 해질 무렵이면 활동을 시작한다. 굴에서 나올 때나 굴속으로 들어와서도 어슬렁거리며 침입자가 주변에 나타났는지 확인할 정도다.

예민하게 발달한 청각도 빼놓을 수 없다. 500m 떨어진 곳에서 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관찰 중 큰소리를 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남다른 후각과 청각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찰라의 점프력이다. 지상 1m 정도가 가능해 순간적으로 먹잇감을 낚아챈다. 꼬리를 휘저으며 점프하는 사냥 장면은 여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해질 무렵 사냥에 나선 여우. 우선 사냥감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청각 레이더를 작동시킨다. 낌새를 알아차린 들쥐가 빨랐다. 둘 사이에 한바탕 숨바꼭질이 벌어진다. 들쥐는 여우를 감쪽같이 따돌린다. 들쥐를 놓친 자리에서 여우는 집요하게 땅을 파헤친다. 그만큼 먹이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여우는 마을 뒷동산이나 들녘 언덕에 구멍을 파고 산다.
또 다른 숲 속의 작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여우가 놓칠 리 없다. 점프력을 이용한 순간적인 공격이 성공했다. 이처럼 여우가 하루에 사냥하는 들쥐는 3~5마리. 들쥐와 같은 설치류가 많은 야생의 소백산 자락은 여우의 좋은 사냥터인 셈이다.

여우는 배가 부를 땐 먹이를 한 번에 먹지 않고 한참 동안 갖고 논다. 이 행위가 끝나면 숨기고 저장한다. 자신이 저장한 먹이 주변에 경쟁자가 나타나면 기회를 엿본다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장소에 재빨리 옮긴다. 먹이를 숨길 땐 발과 코를 이용해 꼼꼼히 묻는다. 변화무쌍한 야생에서는 항상 사냥에 성공할 순 없기 때문이다. 먹잇감 저장은 일종의 중요한 생존전략이다.

지난 6월 중순 경북 영주시 순흥면 소백산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중부여우복원센터 자연적응훈련장을 찾았다. 2011년 12월 완공된 훈련장은 계류장과 자연적응훈련장으로 구성돼 있다. 5m 높이의 펜스와 관찰대, 굴, 연못, 연구동, 검역동 등이 있다. 직원은 총 15명이며, 연구원은 밤낮으로 교대근무를 하며 24시간 여우를 관찰관리 하고 있다.

추적기를 붙여 방사한 여우의 야생적응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강정구 연구원이 안테나를 통해 여우를 찾고 있다.
이곳에는 중국에서 온 21마리의 붉은여우가 살고 있다. 몸 전체가 붉은 것이 아니라 불그스름하다. 이 중 10마리가 자연적응훈련을 하고 있으며, 여기서 잘 적응한 개체가 선발돼 방사될 예정이다.

여우의 생명은 긴 꼬리. 뛰어오르거나 착지할 때 방향을 잡아주는 꼬리의 길이는 40㎝나 된다. 몸길이의 절반이다. 네 발끝과 귀 뒷부분은 매우 검고 얼굴은 치타처럼 검은 두 줄이 나 있다. 세로로 긴 동공은 여우의 특징 중 하나이다.

여우는 갯과에 속하지만 둥근 동공을 가진 개나 늑대와 달리 고양이처럼 위아래로 동공이 길어 어둠속에서 절대 유리하다. 급히 뛸 때는 시속 48~72㎞에 육박한다.

굴은 여우에게 휴식처이자 은신처다. 번식기엔 새끼를 키우는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틈틈이 굴을 파고 손질한다. 훈련장에서는 야생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 여우가 야행성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먹이를 줄 때도 꿩과 같은 사냥해야 하는 산 먹이를 공급한다. 방사 이후에도 먹이 포획 능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기심 많은 여우가 먹이를 물고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여우는 주로 들쥐나 멧토끼 같은 육식을 하지만 갑각류나 과일을 먹기도 한다.
꿩을 감지한 여우는 드디어 공격을 감행한다. 울타리 밖으로 날아가지 못하게 깃을 잘랐지만 그래도 꿩은 꿩. 꽤 날렵하다. 사냥 경험이 많지 않은 이곳 여우에게 꿩은 쉽지 않은 사냥감이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이어진다. 애쓴 보람이 있다. 야생에서도 꿩은 여우의 주 먹이 중 하나이다. 밤에도 녀석은 잠들지 않는다. 들쥐의 낌새를 놓칠 여우가 아니다. 이곳 여우의 경우 사냥은 서툴진 몰라도 야생의 집요함은 남아 있다. 여우는 하루에 쥐를 3~5마리 이상 먹어야 산다.

여우의 레이더에 또 다른 표적이 걸려들었다. 상대적으로 버거운 토끼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잡고야 만다. 먹고 남은 토끼를 잘 저장해 놓는 것도 확인했다.

여우가 갑자기 위협적인 소리에 놀란다. 소리의 주인공은 연구원이다.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해서 피하게 하는 대인기피훈련이다. 인간을 위험요인으로 각인시키는 것은 방사 성공을 가늠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중부여우복원센터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여우를 자연생태계에 안정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2020년까지 소백산에 최소 생존 개체수인 50마리까지 증식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복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2년부터 중국 동북부 등지에서 29마리의 여우를 들여와 자연적응훈련을 거쳐 지난해까지 소백산에 18마리를 방사했다. 3마리는 회수, 10마리는 폐사했으며 남은 5마리는 생존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센터측은 올가을 암수 10마리를 방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종길 중부여우복원센터장은 "야생동물은 멸종하는 데는 순식간이지만 다시 복원하는 데는 적어도 수십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토종여우 복원사업에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010-8516-3298).

※ 취재 협조=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중부복원센터· 박용수 조류전문가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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