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새벽 1시께 부산 영도구의 한 바닷가에서 20대 청년 A 씨가 바다에 몸을 던졌다. A 씨는 이에 앞서 가족에게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입대를 지원했지만 세 번 연속 실패해 좌절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출동한 경찰과 구조대원이 투신한 A 씨를 구조했다.

부산병무청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A 씨처럼 입대하지 못해 속을 끓이는 청년들이 남긴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다. 허모 씨는 "1년째 매달 입영신청을 하고 있지만 아직 입대하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대학 복학과 취업 등 고민이 깊다"고 올렸다. 김모 씨는 "병무청 로그인하려고 발급받은 공인인증서를 1년째 입대하지 못해 갱신해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입영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입영 대상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국방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입영 가능한 군인의 수는 29만9000명인 데 비해 입영 희망자 수는 33만 1000명에 달한다. 특히 1991~1995년 출생자 수는 다른 해에 비해 월등히 많아 이 시기 출생자 가운데 입영을 원하는 사람의 수는 지난해에 비해 10만 명가량 늘어났다. 대학생 입영 대상자들은 또한 복학을 고려해 특정 시기에 입영 희망이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적체현상이 지속되면 졸업과 취업 등 이 시기 세울 계획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인다. 동아대 이해우 학생취업지원처장은 "요즘 대학생들은 1학년, 이르면 입학 후 한 학기를 마치고 입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취업난에 내몰리다 보니 우선 군대 문제를 해결하고 집중하자는 분위기가 짙다"고 전했다. 이 처장은 또한 "실제로 군대에 가려고 휴학을 했다 입대하지 못해 복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려는 젊은이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입대 적체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방위산업체나 공익근무요원 등 특수 직군을 늘리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동명대 김성우(군사학과) 교수는 "군이 이 같은 조처를 하고 있으나 입대 적체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일손을 필요로 하는 복지기관 등에 젊은이들을 더 과감하게 투입하면 사회적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한편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려는 젊은이들이 적체되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