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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야생동물을 찾아서 <15> 고슴도치

호랑이 안 무서운 고슴도치, 수천 개의 가시털로 말한다…건·드·리·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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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는 위험에 처하면 밤송이처럼 몸을 감아 자신을 보호한다.
- 통통한 몸·짧은 다리의
- 작은 야행성 포유류지만
- 2~3㎝ 가량의 뻣뻣한 가시
- 온몸 5000여개로 뒤덮여
- 새끼때는 고무털 같아

- 퇴화한 작은 눈 가졌지만
- 청각·후각 뛰어나
- 먹이 찾기·짝짓기 능숙

- 땅파는 재주가 없어
- 마른 풀잎 둥글게 만들어
- 2, 3일 정도 살다가 이동
- 11월 말 쯤 긴 겨울잠 자

비가 잠시 그치면 고슴도치는 숲 밖으로 나올 때가 있다. 지렁이가 호흡을 하기위해 여기저기 나와 있어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뻐한다'. 예고 없이 위험이 닥치면 가시 돋친 자기 자식을 에워싸고 웅크리는 모습을 일컬어 생겨난 속담이다. 아무리 못난 부모라 할지라도 자식 사랑은 한결같다는 이야기다. 하나, 실제로 고슴도치를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야행성인 데다 위험을 느끼면 가시 같은 보호막으로 몸을 밤송이처럼 둥글게 말아 수풀 속에 숨어버리기 때문이다.

"오솔길을 걷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시선을 돌렸습니다. 짧고 가는 뒷다리가 마른 풀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어요. 자세히 보니 고슴도치가 풀 속에 잎사귀들과 마른 풀로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지난 7월 초 경남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 영원사 주지 현조 스님으로부터 고슴도치를 봤다는 제보를 받았다. 사찰 주차장 옆 오솔길 옆 마른 풀잎이 수북이 쌓여 있는 곳에 가끔 나타난다고 했다. 영원사는 천왕봉 등 지리산 북릉의 장쾌함을 조망할 수 있는 '지리산 전망대' 삼정산(1225m)의 8부 능선쯤에 있는 천년고찰이다.

땅을 파는 재주가 없는 고슴도치는 풀밭에 마른 풀잎으로 둥글게 집을 만들어 2~3일 동안 살다가 다른 곳으로 계속 옮겨 다닌다.
취재팀은 고슴도치 촬영을 위해 절 주차장 오솔길에서 잠복과 추적을 수차례 반복했지만 실패했다. 아주 작은 야행성 포유류를 카메라에 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고슴도치와의 만남은 지난 7월 말 두 번째 찾았을 때였다. 지루한 장마가 끝나던 날, 역시 주차장 옆 마른 풀잎 사이로 가시가 덮인 통통한 몸과 짧은 네 다리를 가진 고슴도치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밤송이를 빼닮은 그놈은 인기척을 느낀 순간 몸을 둥글게 말고 있었다. 가시 털을 세워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있다. 주지 현조 스님이 나뭇가지로 고슴도치 가시 털을 건드리자 몸을 더 둥글게 말아 얼굴을 전혀 볼 수 없게 됐다. 강력한 근육을 사용하여 옆구리 가죽을 안으로 잡아당기고 머리와 꼬리의 가죽도 안쪽으로 잡아당겨 가시 투성이인 일종의 가시망토가 머리, 꼬리, 다리 및 아랫배 등 몸 전체를 완전히 말았다. 마치 가죽 주머니의 끈을 잡아당겨 졸라매는 것과 다소 유사하다. 문헌에선 보통 20분 동안 이러한 방어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적혀 있지만, 이 녀석은 10분 정도 지나자 안전하다고 판단했는지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고슴도치 가시털은 제 몸을 지켜주는 갑옷이다.
머리와 목은 갈색과 흰색이 섞인 뻣뻣한 털로 덮여 있지만, 몸을 보호해주는 가시는 흰색이었다. 거친 털 사이로 솟아나 있는 가시는 2㎝ 정도이고 만져 보면 따끔할 만큼 뾰족했다. 가시는 반구형으로 생긴 피부의 돌출부에서 피부와 거의 직각을 이뤄 자란다. 자세히 보니 각각의 가시마다 피부의 돌출부 근처에 가는 목이 있는데, 가시는 그 목 부분에서 크게 휘어져 있다. 고슴도치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가시가 피부를 뚫고 들어가지 않는 이유이다. 참으로 놀라운 설계가 아닐 수 없다.

고슴도치 새끼들은 가시 털이 없다. 새끼들의 털은 고무처럼 아주 부드럽다. 생후 하루 반이나 이틀 반쯤 지나면 까맣게 생긴 다른 가시 털이 난다. 생후 10일 정도 되면 몸을 둥글게 말 수 있게 된다. 즉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본능을 비로소 갖추게 되는 셈이다.

고슴도치는 낙엽 위 부식토가 깊은 곳을 좋아한다. 눅눅한 곳에는 지렁이를 비롯한 먹이가 많기 때문이다.
고슴도치는 식충목에 속하는 포유류이다. 두더지 땃쥐 뒤쥐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대개 해 질 무렵 먹이활동을 하는 야행성으로, 주로 곤충과 지렁이, 벌레 등을 먹는다. 하지만 장마철 등 비가 오랫동안 내려 먹이가 없을 땐 낮에도 활동한다. 땅을 파는 재주가 없어 풀밭에 마른 풀잎으로 둥글게 집을 만들어 2, 3일 정도 살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작은 눈은 퇴화해 시력은 변변치 않지만, 청각과 후각 모두 아주 빼어나 쉽게 먹이를 찾아낸다. 뾰족한 코와 촉촉한 콧구멍으로 흘긋 보고 지나가기만 해도 무엇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수컷의 경우 암컷이 남긴 냄새의 흔적을 따라 50m 이상 쫓아가 짝짓기에 성공하기도 한다.

짝짓기는 봄 가을 일 년에 두 번 한다. 짝짓기 후 40일이면 2~4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갓 태어난 새끼는 몸길이가 3, 4㎝ 정도이며, 몸무게는 23~32g밖에 되지 않지만 10일이면 눈을 뜨고 3개월이면 다 자란다. 성인 고슴도치는 몸길이 21~30㎝, 몸무게는 약 1㎏ 정도이다. 온몸에 2, 3㎝ 되는 날카로운 가시를 무려 5000여 개나 휘감고 있어 호랑이도 건드리지 않는다. 바늘 가시가 워낙 많아 다른 동물들이 쉽게 고슴도치를 잡아먹을 수 없을 것 같지만, 여우나 족제비, 오소리 같은 동물들은 고슴도치를 잡아 먹는다.

11월 말쯤 낙엽이 지고 곤충과 양서류 따위의 먹이가 사라지면 고슴도치도 긴 동면을 시작한다. 눈길 끄는 점은 고슴도치 몸에는 특수한 선(腺)이 있어 동면 중 체온 감시 역할을 한다. 동면 중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그 선은 열을 내어 더 따뜻하고 보온이 잘 되는 곳으로 찾아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고슴도치는 또 겨울잠을 자는 동물과 달리 결코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내지 않는다. 가까운 곳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면 몸을 약간씩 움직이기도 한다.

국내에서 가장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지리산과 그 주변. 이곳은 풀과 초식동물 육식동물이 균형을 이뤄 절묘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글이 나가도 지리산 인근 삼정산의 고슴도치가 지금과 같이 인간의 관심을 받지 않고 뜨거운 생명력으로 삶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010-8516-3298)

글·사진=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okje.co.kr

취재 협조 = 현조 영원사 주지스님·김민홍 밀엽감시회장·김용만 함양군청 기획감사실· 박도범 생물협회 사무국장·박용수 조류전문가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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