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민사11부 한화에 3억 배상 판결

신병교육 도중 수류탄이 손에서 터지면서 사망한 해병대 훈련병의 부모에게 수류탄 제조사가 억대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폭발한 수류탄의 결함이 있었다고 법원이 사실상 판단한 것이어서 군 훈련 도중 안전사고 발생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문제의 수류탄과 동일한 제품은 지난해 대구 신병훈련소에서도 사망사고를 내는 등 이후 4번이나 이상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국방부는 이날 발표했다.

부산지법 민사11부(박석근 부장판사)는 해병대의 수류탄 투척 신병교육 중 손에서 수류탄이 터지는 사고로 사망한 A 씨의 부모가 (주)한화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판결로 한화는 A 씨의 부모에게 총 3억여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A 씨는 해병대 신병훈련을 받던 2014년 9월 16일 오전 훈련용으로 쓰이는 '경량화 세열 수류탄' 한 발을 던지기 위해 안전클립과 안전핀을 제거하고 오른손으로 수류탄을 던지려는 순간 수류탄이 폭발해 당일 오후 사망했다.

이에 A 씨의 부모는 수류탄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 소송을 냈다. 제조사는 "수류탄은 안전손잡이를 놓지 않으면 절대 폭발할 수 없는 단순 구조로 설계됐고, 어떠한 결함도 없으며 고인이 수류탄을 잘못 들고 있었던 것 외에는 다른 폭발 원인은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국방품질기술원도 이 사고 이후 동종 수류탄의 안전검사 등을 시험했지만 정상적인 상태에서 폭발할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수류탄은 훈련 과정에서 단기간 사용하는 일회성 제품으로, 접근 자체가 제한돼 사용자의 입장에서 제품의 결함이나 완성 상태를 알 수가 없는 점과 담당 교관의 증언 등에 비춰 고인이 수류탄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수류탄은 객관적 성질,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어 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판시했다. 담당 교관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A 씨가 수류탄의 안전손잡이를 잡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해당 수류탄은 2005년 한화가 생산한 것으로, 이번 사고 당시 재고량이 6만3500발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제조사가 납품 전 시험검사를 통해 모두 합격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일부 시험이어서 나머지 수류탄의 결함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수류탄은 생산 이후 사고 발생일까지 장기간 보관까지 노후화했을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해 기존에 없던 결함이 새로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