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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나무 귀농연구소 정갑수 소장이 자신의 상추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생육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김인수 기자 |
- 거창군 공무원으로 일하다
- 정년 6년 앞두고 명예퇴직
- 사과밭·비닐하우스서 농사
- 공직 경험 살려 귀농연구소 차려
- 초보 농사꾼들에게 노하우 전수
- 기존 마을 주민과의 화합 위해
- 귀농인 모아 재능기부 활동도
광주대구고속도로(옛 88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거창 IC로 진입해 경남 거창군 거창읍 대동리에 도착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거창지사 인근 거창군 농업인회관이 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 1층에 '행복나무 귀농연구소'가 있다. 안정적인 공직 생활을 접고 인생 2막을 찾아 나선 정갑수(57) 씨의 주도로 설립된 곳이다. 연구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 소장이 귀농인과 상담을 하던 중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그의 첫인상은 '귀농 행복 전도사'답게 자신감과 활기가 넘쳤다. 이날은 비가 내려 농사짓지 못하는 날이라 그런지 귀농인의 방문이 잇따랐다.
정 소장은 직접 사과와 상추 농사를 짓는 농부이면서도 공직 때 맡았던 귀농 업무 관련 노하우를 귀농인들에게 전하는 데 온몸을 바치고 있다.
■ 귀농인이 '행복나무'처럼 쑥쑥
행복나무 귀농연구소는 귀농 정착 방안을 연구하고 예비 귀농인들의 안정적인 귀농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봉사활동 단체다. 정 소장이 귀농을 사랑하는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2013년 9월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귀농인들의 모임과 토론 장소로도 활용되며 일부 귀농인의 성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행복나무 귀농연구소라는 이름은 귀농인이 '행복나무처럼 잘 자라'라는 의미에서 지었다고 한다.
정 소장은 "거창군에서 귀농 담당으로 근무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1100세대 2600여 명이 거창으로 귀농했으나 이 가운데 10~20% 는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공직 퇴임과 함께 재능 기부를 통해 이들의 귀농을 도우려고 연구소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귀농인들의 실패담이나, 성공 사례를 수집해 보급함으로써 안정적인 정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행복나무 귀농연구소는 귀농인과 기존 마을 주민과의 화합에도 앞장서고 있다. 연구소는 귀농 전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이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이발 미용 전기보일러 용접 청소 등 한 달에 한 번씩 지역 주민에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서예와 '스마트폰은 나의 친구'라는 강좌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 역시 귀농인들의 재능 기부로 이뤄진다.
■ 온라인 카페 운영으로 정보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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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갑수(왼쪽) 소장이 귀농인들과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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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나무 귀농연구소는 온라인에 산천수 카페(http://cafe.naver.com/sancheunsu)를 개설해 귀농인 정보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귀농을 희망하는 예비 귀농인은 산천수 카페의 준회원으로 참여하고 정회원은 이들의 멘토 역할을 하는 선배 귀농인, 전업농, 귀농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또 예비 귀농인들에게 귀농을 홍보하고, 거창군 농업행정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카페 회원은 현재 6922명. 앞으로 1만5000여 명까지 회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 소장은 "회원이 1만5000명으로 확대되면 귀농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카페를 통해 직거래하는 등 자급자족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천수 카페에서는 DJ 5명의 재능 기부로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음악방송도 하고 있다. 회원들은 이 시간에 채팅을 통해 안부와 궁금한 사항을 묻는다. 그동안 산천수를 통해 많은 도시민이 귀농했으며,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이웃돕기 단합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www.naver.com)를 통해 '산천수'에 접속한 후 간단한 가입절차만 거치면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 오전엔 귀농 전도사 오후엔 농사꾼
거창군 공무원이던 정 소장은 2013년 6월 정년을 6년 앞두고 명예퇴직해 귀농을 택했다. 귀농 담당자로 어느 정도 귀농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지만, 수년간의 준비를 거쳐 실행에 옮겼다.
정 소장이 귀농을 결행하는 과정에는 '중대한 난관'이 하나 있었다. 바로 대학 교수가 꿈인 큰아들이었다. 귀농하면 당장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할 수 없어 아들이 꿈을 이룰 해외유학을 보내 줄 수 없는 처지여서 설득이 필요했다.
정 소장은 "당시 미술 전공인 아들이 교수가 되기 위해 유학을 원했지만, 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려면 수억 원이 필요했다. 아들에게 유학 대신 거창읍 내 건물 벽 100여 곳에 벽화를 그리면 언론의 조명을 받는 등 유명인사가 돼 유학을 가지 않아도 교수가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귀농하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한동안 방황하던 큰아들은 뒤늦게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정 소장은 사과밭 5600㎡와 비닐하우스 3동 1900㎡에서 사과와 상추 농사를 지으며 귀농 행복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웅양면에 있는 사과 농장(행복나무 농장) 팻말에는 정 소장의 휴대전화(010-3464-3832) 번호가 적혀 있다. 방문자들이 쉽게 통화하라는 배려다. 정 소장이 재배하는 상추는 유기농으로 짓는다. 농약을 쓰지 않고 유도제 등으로 해충을 잡는 식이다. 품종은 치마상추 뚝섬녹축면상추 적축면상추 등으로 다양해 채소가 아니라 꽃밭을 연상케 했다. 정 소장이 수확한 상추는 거창읍내 가게, 식당 15곳과 직거래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사과밭에서 4000만 원, 상추 재배로 2000만 원의 소득을 각각 올렸다.
정 소장은 오전에는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행복나무 귀농연구소에서 재능을 기부하고, 오후에는 농부로 변신해 농장에서 땀을 쏟고 있다. 또 수시로 거창군 지역은 물론 전국의 귀농인들을 상대로 '박카스&귀농! 박카스는 정이다' 등의 제목으로 특강도 하고 있다. 그는 공직 생활 중 4000여 명의 예비 귀농자와 상담한 데 이어 퇴직 후에도 상담과 강의 등을 통해 3500여 명의 귀농 및 예비귀농인과 만났다.
# 원주민과의 소통도 중요
- "귀농은 오케스트라, 자금·기술·목표…한데 어우러져야"
귀농은 전원생활의 환상이 아니다. 귀농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는 이유다.
행복나무 귀농연구소 정갑수 소장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철저한 사전준비와 자금력, 가족의 동의, 작목 및 귀농 지역 선택, 농사 체험 등이 중요하며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뚜렷한 귀농 목표 설정과 농촌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공감"이라고 밝혔다.
정 소장은 목표를 설정하고 사전 분석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귀농은 사업가의 마인드로 밤새워 생산해 영업하고 판매하는 공장 운영과 다를 게 없다. 어떤 작물을 선택하든 최선을 다하고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귀농은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다고 한다. 정 소장은 "한 곡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기 위해 지휘자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연주자가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 그래야 웅장한 한 곡의 작품이 나올 수 있다. 귀농 역시 좋은 멘토를 만나야 하고 자금과 기술, 취미, 가족의 동의, 판매 계획, 마음 자세 등이 함께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귀농인이 가져야 할 마음 자세도 중요하다. 그는 "농촌은 마을 공동체 문화가 있기에 도시와는 많이 다르다"며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만 잘해도 50점을 얻는 등 도시에서의 생각을 버리고 주민 속에 스며드는 귀농이라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도시의 아파트에 모르는 사람이 오면 이상하게 여기지만, 농촌에는 농촌만의 문화가 있기에 낯선 사람이 오면 관심을 두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문화 차이를 설명했다.
농사란 작목의 선택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성공의 척도가 된다고 한다. 형편도 안 되는데 수익성이 좋다고 무리해서 대출까지 받아가며 인기 있는 작목을 선택하기보다 형편에 맞게 잘할 수 있는 작목으로 시작해 점차 성장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정 소장은 전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