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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귀농·귀촌 인생 2막 <8> 사천 이지은·이정수 씨 부부

좋은 된장 만드는것보다 알리고 파는게 더 어렵더라

  •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  |   입력 : 2016-03-06 18:46:45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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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씨 부부가 마당에 설치된 메주 건조장에서 발효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교사였던 아내, 사업하던 남편
- 편의점·식당 등 운영하다가
- 가업 잇기로 결심하고 귀농

- 눈대중 손맛을 계량화하고
- 아파트·급식업체로 판로 확대
- 전문 장류학교 세우는 게 꿈

중학교 교사였던 이지은(47) 씨는 경남 진주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남편(이정수·46)의 벌이도 괜찮은 데다 학교일로 쌓이는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힘들자 사표를 내고 아이 키우고 집안일 하는 평범한 주부가 됐다. 그러나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남편이 하던 대형 비디오테이프대여점이 사양화되면서 문을 닫자 이번에는 식당을 열었다. 손맛이 좋아 제법 장사가 잘 되는 편이었다. 3년을 계속하다 보니 몸이 남아나지 않자 식당 운영도 접었다.

2004년께 서울 명동과 홍대, 이대 등지를 돌며 아이디어를 얻은 남편 정수 씨는 이번엔 경남 사천시 사천읍 중앙로에 편의점을 차렸다. 처음 2, 3년은 장사가 잘됐다. 그러다가 우회도로가 생겨나면서 유동인구가 줄어들고 주변에 대기업 체인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바람에 4년여 만에 또 문을 닫았다.

설상가상으로 그 무렵 남편 정수 씨의 몸이 아주 아프자 '시골에서 좋은 공기 마시며 편안하게 살자'는 궁리를 하던 중 지은 씨의 친정어머니가 혼자 운영하던 메주공장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하자 귀농을 결심했다.

■ 3대째 내려오는 부모님 메주공장

   
이씨 부부의 장류교실에서 체험학습을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부모님이 경영했던 메주공장은 지은 씨의 할머니가 시작해 3대째 내려오는, 49년 역사의 가업이다. 메주공장은 할머니가 부산 국제시장에서 장사하던 친척에게 판매용 메주를 공급하면서 시작됐다. 손맛이 있고 시골에서 직접 생산한 콩으로 만든 데다 친척의 장사 수완이 뛰어나 매출이 뛰었고 지은 씨 부모는 아예 공장을 차리게 된 것이다.

한창때는 메주 공급이 달렸다. 상인들이 서로 물건을 달라며 다투거나 밤을 새웠다가 다음 날 창고 문이 열리자 마자 가져갈 정도였다. 매일 부산을 오가며 장류를 실어나르던 운전기사가 2명이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부터 지은 씨 아버지(72)의 건강이 좋지 않아 혼자 메주공장을 꾸려오던 어머니도 힘에 부치자 손을 놓으려 했다.

지은 씨 부부는 친정부모가 쌓은 명성에 무임승차하기 싫어 발효 중인 메주값을 치르고 적지만 임대료도 드리기로 했다. 책임감도 생기고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류 전문제조회사가 사천시 정동면 화암리 경남자영고교 근처의 '콩지은식품'이다. 지은 씨는 제대로 된 장류를 빚어내겠다며 아예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

■깊은 맛 내는 비결 전수 쉽지 않아

콩 농사를 짓는 틈틈이 마을 뒷산인 장령산을 오르거나 여행을 즐기며 유유자적한 전원생활을 즐기려던 계획은 그야말로 착각이었다. 3년이 지나도록 지금까지 장령산 꼭대기까지는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메주를 만들고 간장 된장을 담그는 일이 그리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장맛을 내기 위해 전북 진안에서 천일염을 들여왔고 샘물과 장독을 놓을 위치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했다. 원료인 콩이 부족하면 농협에서 수매한 콩을 샀지만 웬만하면 인근 마을 주민들이 생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무엇보다도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료를 계량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적당히 눈대중으로 장을 만드는 어머니의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화하려는 지은 씨의 시각으로는 이해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염도계도 사용하지 않고 소금도 손으로 적당히 쓱쓱 넣는다. 기겁하는 지은 씨가 콩을 몇 시간 삶는지, 몇 분쯤 지나 콩을 건지는지, 간수는 몇 숟갈 붓는지, 뜸은 몇 시간 동안 들여야 하는지 따지듯 물으면서 다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3년이 지나자 이제는 지은 씨에게도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장은 발효와 오랜 숙성과정을 거쳐야만 제대로 된 깊은 맛이 난다는 것을 알았다.

■ 좋은 먹거리 팔기가 더 어려워

이렇게 된장 간장을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판매하는 일이 문제였다. 좋은 먹거리를 만들고도 팔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소비자들도 쉽게 살 수 있는 전문기업이 만든 상품을 선호해 판로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자 이들 부부는 광고지를 만들어 아파트 단지를 돌았다.

도로변 상가나 가정집은 물론 노인정이나 마을회관까지 돌아다니며 홍보했고 대규모 소비처인 학교 급식시설이나 기업의 구내식당은 두세 번의 퇴짜도 감수하고 들어가 콩지은식품을 알리는 일을 했다. 친인척이나 친구 등 부부를 아는 사람들은 어차피 장류사업 사실을 알기 때문에 부담을 주기 싫어 모르는 사람들에게만 영업했다.

아버지가 경영할 때는 대부분 10㎏들이 된장 통과 1말짜리 간장통을 사용했지만, 요즘은 1㎏, 3㎏, 5㎏, 10㎏으로 다양화했다. 디자인도 예쁘게 만들었고 상표도 지은 씨가 다니는 취미클럽 회원들에게 부상으로 된장 1㎏을 걸어놓고 공모해 정했다. 많은 이가 된장이나 간장을 공짜로 받으면 "맛있게 만들었다. 포장이 예쁘다. 잘 팔리겠다"고 하다가 1㎏들이 1만5000원, 3㎏들이 4만2000원이란 얘기를 들으면 말문을 닫는다고 한다.

■ "장류에 조상의 지혜 담겨"

지은 씨는 교직 경험을 살려 어린이와 주부들을 대상으로 장류교육을 하고 있다. 조그만 교육장을 만들고 농업진흥청으로부터 농촌교육농장품질인증서도 획득했다. 주로 메주를 만들고 된장을 담그고 고추장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어린이나 주부는 고추를 빻는 일부터 양념을 배합하는 것까지 직접 만들도록 하고 있다. 봄이나 여름에도 메주를 만들었다가 체험용 메주로 가을 장을 담그기도 하고 장아찌나 조청도 만든다.

체계적인 공부로 배움의 폭을 넓히고 소비자에게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취득하는 자격증도 늘리고 있다. 지은 씨는 경남도농업기술원 농업대학에서, 남편은 사천시농업대학에서 각각 1년 과정을 수료했다.

올해부터 사천시의 정보화연구회에서 간사를 맡은 지은 씨의 꿈은 전문 장류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다. 피자나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즐기고 있는 아이들에게 전통의 맛을 선사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은 씨는 "우리 조상의 지혜가 오롯이 녹아 있는 음식문화의 밑바탕인 장류의 깊은 맛을 전하는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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