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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창녕에 귀농한 안기대 씨가 자신의 풋고추 재배시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직장생활 때 체득 '고효율' 습관
- 환경변화 따른 작물의 생장 관찰
- 매일 영농일기 쓰며 전문가 경지
- 상황버섯·여주 재배에도 도전장
- "공부하는 농사꾼엔 못 당합니다"
도시에 살던 사람이 제2의 직장을 농업으로 택하고, 농촌에 정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농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도시의 삶으로 되돌아가는 역귀농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도시의 삶을 '귀농의 자산'으로 활용해 귀농에 성공한 이가 있다. 경남 창녕군 영산면에서 풋고추를 재배·생산하는 안기대(55) 씨다. 귀농과 함께 풋고추 농사 5년 차다. 매년 1억2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그는 귀농인의 멘토로도 명성이 높다. 그래서인지 그의 농장은 취재 중에도 귀농과 농사일을 묻는 이들의 전화와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의 농장은 창녕군 영산면 둔암마을에 있다. 바둑판 같은 광활한 농지에서 그의 농장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둔암마을회관 앞에서 전화해, 마중을 받고서야 농장을 방문할 수 있었다.
■ 도시 삶은 귀농의 자산
주변의 광활한 농지 탓인지 4600㎡ 규모의 비닐하우스는 유독 작아 보였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풋고추 한 작물만으로 연간 억대 매출을 올리고, 그것도 귀농 첫해 그렇게 했다니 선뜻 믿기지 않았다. '비타 고추'로 상품명을 단 이곳 풋고추는 일명 '아삭 고추'로 불리는 '롱그린'이다. '롱그린'은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함량을 줄인 대신 비타민C 함량을 높인 개량 품종. 시중에서 인기가 높다.
안 씨는 2011년 처음 고추 농사에 도전했다. 지금의 절반 수준인 2475㎡의 농지를 빌려 고추를 심었다. 그해 10㎏들이 3200상자를 서울 가락농수산물시장에 내다 팔았는데, 최상급 품질 인정을 받고 모두 1억2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안 씨는 "통상 풋고추 재배는 3.3㎡당 1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면 성공작이라고 하지만 '비타고추'는 최상급 품질을 인정받아 16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는 재배 면적이 늘어나 2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성공 비결에 대해 그는 "도시 속 오랜 직장 생활에서 체득한 경험을 농업에 접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씨는 "도시 직장인의 기본 업무가 비효율적인 문제를 걸러내고, 가장 적은 투자로 높은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고효율에 맞춰져 있다"며 처음부터 철저하게 효율적인 농사에 치중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5년째 영농일기를 쓰고 있다. 말이 영농일기일 뿐 사실은 오랜 도시 직장 생활로 몸에 밴 일일 업무보고다. 하루하루 일조량에 따른 작물의 생장 변화, 비료와 농약의 비율에 따른 작물의 반응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이 같은 기록이 데이터베이스화되면서 풋고추 재배에 관한 한 전문가 이상이 됐다. 이렇다 보니 고추 농사를 권하고 가르쳤던 선배 농부들도 안 씨에게 되려 자문을 구할 정도다.
■ 우연히 만나게 된 귀농
인생 2막을 준비했던 그는 애초 귀농은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경북 경주시가 고향인 안 씨는 부산 경남 지역 병·의원에서 의료행정 실무자로 20년 넘게 근무했다. 그런 그가 2010년 인생 2막의 여정을 시작했다. 월급쟁이 생활을 청산하고, 조금은 한가롭게 살 요량으로 지인의 소개로 창녕에 인력알선업체를 설립했다. 양파와 마늘 재배로 많은 일손이 필요했던 농가에 도시 인력을 연결하는 일이었다. 이런 안 씨를 지켜보던 지역 농부들은 안 씨에게 농사일을 권유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정시에 출근하고, 야근을 밥 먹듯 했던 도시의 직장 생활보다 그나마 여유롭게 일을 했지만 지역민 눈에는 엄청나게 성실하게 비쳤던 것 같다"는 안 씨는 고민 끝에 농사기술을 전수한다는 조건으로 귀농을 결정했다.
농촌에서 도시민은 '약은 사람' 또는 '깍쟁이'로 비친다. 안 씨는 부정적 의미의 '약은 사람'이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의 '깍쟁이'다. 귀농에 관한 한 그랬다. 그는 본격적인 농사에 앞서 선배 농부로부터 1년 남짓 농사일을 배웠다. 해보고 아니면 언제든지 그만둘 생각으로 섣불리 농지를 사거나 투자하지 않았다. "농사일을 배울 때 매일 몸살을 앓았고 심지어 목 뒤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고통을 겪었다"는 그는 "육체적인 고통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과 요령 부족 탓에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농사일을 배울수록 내 인생에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농사일에 자신감이 생길 즈음 투자와 함께 본격적인 농사에 착수했다.
또 다른 투자는 재교육이다. 그는 농사를 시작한 그해 4년제 농업 전문 사이버대학에 입학했다. 우수한 성적 덕분에 6개월 앞당겨 올해 여름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는 "인생 2막 직업에 대한 지식은 물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배움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농업 통합솔루션이 목표
안 씨는 미래 개척에도 열심이다. 우선 후배 귀농인을 위한 영농기법의 전파다. 그는 창녕군이 매년 여는 귀농·귀촌 설명회에 빠지지 않는 강사다. 도시에서 전문직 종사자였던 그의 농촌 정착기도 이채롭지만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영농기법 때문에 인기가 많다.
이런 그의 열정은 대학의 농장학습장 초빙으로 이어졌다. 올해 졸업을 앞둔 그에게 대학 측이 강원도에 있는 직영 농장학습장을 맡아 줄 것을 제의했다. 그것도 15년 계약 조건이다. 안 씨는 "농업 특성상 일정 기간 일하지 못하는 농한기는 이래저래 부담이다. 농한기에 대학 농장학습장을 운영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연중 농사를 지을 수 있고, 후배 양성에도 나설 수 있어 좋다"고 반겼다.
이 밖에도 그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고추 농사를 기본으로 하면서 상황버섯 유통과 여주 재배에도 나서고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농산물의 생산과 가공·수출로 이어지는 농업의 통합솔루션을 일궈내는 것이다. 즉, 농사만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 씨는 기본작물과 부가가치 작물의 병행을 권한다. 그는 "매일 식탁에 오르는 고추처럼 안정적인 수요가 있는 작물을 기본으로 하면서 특용작물 재배를 병행하면 소득에 대한 불안 요소는 사라진다"고 조언했다.
# 성공 귀농 팁
- "현지인보다는 성공한 귀농인 멘토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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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대 씨가 창녕군 주관 귀농·귀촌인 교육 프로그램에서 강의하고 있다. 창녕군 제공 |
안기대 씨가 예비 귀농인에게 주는 성공 귀농 팁은 한마디로 '농사를 만만하게 보지 마라'이다.
그는 귀농의 실패 요인으로 농사에 대한 안일한 준비와 지역민과의 불화를 꼽았다. 그는 "농사는 작물을 심어놓고 그저 하늘만 바라보는 일이 아니다"며 "작물의 선택과 판로 개척에 대한 사전 준비는 물론 지역민과의 유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귀농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그는 현지인보다는 성공한 귀농인을 멘토로 삼으라고 주문했다. 현지인이 아무리 친절해도 귀농인의 처지를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농사 역시 현지인이 지역의 토양과 작물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더라도 발전된 농법까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언은 그의 경험에서 나왔다. 안 씨 역시 지역사회에 동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 업종인 병·의원에서 일한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
실제 그의 명함 한쪽에는 창녕군체육회 본부이사, 창녕군축구협회 이사 직함이 새겨져 있다. 농촌 지역에서 외지인이 주요 단체의 임원을 맡기란 쉽지 않다. 그가 지역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쉽게 시작한 일은 쉽게 그만두기 마련"이라는 안 씨는 귀농 전 충분하게 검토하고 반드시 해내겠다는 각오를 세우지 않았다면 귀농을 미루라고 조언했다.
덧붙여 안 씨는 초보 귀농인에게 한마디 거들었다. 욕심을 내려놓으라는 당부다.
"작물 가격이 오르면 생산을 늘릴 욕심에 비료를 과하게 사용해 상품의 질을 떨어뜨리고, 가격이 내려가면 작물 관리를 소홀히 해 애써 재배한 작물을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축산업이나 수산업과 마찬가지로 농업도 생물을 다루는 것인 만큼 한결같은 심정으로 작물을 대한다면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