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절망사 기로에서…재활의 팁 구할 곳이 없다"

2040 절망사 심포지엄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극한 상황에 몰린 사람 공통점이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는 것"
- 관계기관 협력과 적극 개입 촉구

- "양질의 일자리 선행이 급선무"
- 해체가정 원샷 지원법 등 주장도

"매일 소주 1병을 마셔야 잠이 옵니다. 어떤 때는 2병 이상 먹어야 잠이 오고요.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할까 늘 고민이었습니다."
10일 오후 부산시청 12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2040 절망사 극복 심포지엄'에서 40대 발제자로 나선 김남관 제로브이 자활기업 대표는 눈시울을 붉히며 자신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저도 이혼하는 등 2번의 이혼을 겪었지만, 저를 붙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또한 남자로서 패배감 상실감 죄책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40대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이혼 등 해체가정에 대한 인식 개선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한번에 지원해주는 원샷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의 발제에 대해 부산시 자살예방센터 이미경 부센터장은 "사회구조 건전성과 경제적 어려움 극복 지원을 위한 사회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부산광역자활센터 박명수 실장도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희망 리포트를 쓰는 사람들'이 10일 부산시청에서 주최한 '2040 절망사 극복 심포지엄'에서 40대 발제자로 나선 김남관(오른쪽) 제로브이 자활기업 대표가 절망사 위기를 이겨낸 과정을 발표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이번 행사는 본지 절망사 보도 이후 부산시와 시의회, 부산생명의전화, 부산시 자살예방센터, 사회복지연대 등이 참여한 '희망 리포트를 쓰는 사람들'이 공동주최했으며 시교육청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근로복지공단 신용회복위원회 등 주요 기관들이 참여했다.

경성대 김영종(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에서 종합토론에 나선 시의회 정명희(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은 "지금까지는 시 자살예방센터와 구·군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인적·물적 인프라 구성에 집중됐는데 앞으로 세밀화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면서 "이번 심포지엄이 끝이 아니라 진일보한 상태로 제2, 제3의 심포지엄이 열렸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정우 배분팀장은 "공동모금회의 기금을 의료기관과 연계해 지원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각 기관을 대표한 참석자들은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신용회복위원회 부산지부 손용찬 수석심사역은 "오늘도 방문객 10명 중 4명이 20대일 정도로 20대의 비중이 높아 문제로 인식된다"며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사전에 신용예방교육을 통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정보대 학생상담센터 김영란 선임상담사와 동서대 황주혜 선임상담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나에게 정보를 주는 곳이 없다'는 것"이라며 "적재적소에 관계 기관이 개입하는 것이 중요해 기관에 대한 정보가 공유됐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교육청 허용건(건강생활과) 장학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면서 학생의 신상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 점을 애로사항으로 꼽았고 근로복지공단 이수진 주임 등 관계 기관에서는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앞서 20대 절망사와 관련 제1토론 발제자로 나선 부산청년유니온 이승백 정책팀장은 "청년살리기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 창출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실현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산생명의전화 오흥숙 원장은 "부산시 일자리정책은 규제완화, 고부가가치 창출로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지난 수십 년간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돼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며 "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얼마만큼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사회를 맡은 김 교수는 "여기에 계신 분들이 네트워크 방식으로 자살 예방에 힘을 모으기로 공감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시에 소중한 자산 하나가 형성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자산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도 "정기적으로 이런 모임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 절망사 네트워크에 열띤 동참

- 공공기관, 대학…이름을 걸고 생명존중 서약

한 참석자가 절망사 네트워크 그림에 직접 이름을 쓰고 있다. 김희국 기자
기발한 아이디어가 '절망사 네트워크'를 빛냈다.

10일 오후 2시50분 부산시청 12층 소회의실. '2040 절망사 극복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의 사람들이 소회의실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석자들은 소회의실 입구에서 '아름다운 습격'을 받았다. 심포지엄을 주최한 '희망 리포트를 쓰는 사람들' 멤버들이 참석자들을 절망사 네트워크에 가입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단순히 말로 한 것이 아니다. 소회의실 입구 옆 벽에 붙여 놓은 절망사 네트워크 그림 빈칸에 직접 소속 기관과 이름을 쓰도록 했다. 한 참석자는 네트워크 그림을 보고 기분 좋게 이름을 써넣었고, 또 다른 참석자는 이름을 쓴 뒤 전체 상황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외는 없었다. 심지어 심포지엄을 취재하기 위해 회의실에 온 일부 취재진도 얼떨결에 절망사 네트워크에 가입하기도 했다.

절망사 네트워크는 '희망 리포트를 쓰는 사람들'을 핵심으로 다양한 기관이 참여했다. 부산시는 건강증진과와 보건위생과, 일자리창출과 등 다양한 부서가 동참하고 시의회, 시 자살예방센터, 부산생명의전화, 부산청년유니온,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시교육청, 사회복지연대, 부산자활센터, 부산고용센터, 근로복지공단, 신용회복위원회 부산지부, 경성대, 동서대, 경남정보대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제신문도 네트워크에 이름을 채웠다.

네트워크 그림은 시 자살예방센터의 제안으로 등장했다. 자살예방센터는 매년 정신건강박람회에 참여하면서 생명존중서약을 받는다. 참가자들이 자기 이름과 함께 생명의 소중함을 담은 내용을 적는 것이다. 여기에 착안해 절망사 네트워크도 각 기관이 직접 이름을 넣어 책임감을 느끼자는 의미로 도입했다. 이 그림에는 "나와 타인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자살위기자 발견 시 도움을 제공하여 생명존중 안전도시 부산을 위해 앞장서겠습니다"는 맹세가 담겨 있다.

현장 반응은 무척 좋았다. '희망 리포트를 쓰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관들이 참여한 절망사 네트워크의 성격을 그림으로 선명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가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지 세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한 참석자는 "그림 하나만으로 네트워크를 파악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며 "네트워크에 이름을 써넣은 만큼 앞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아파트 거래 모처럼 증가…부산 부동산 시장 풀리나
  2. 2“부산 올해 신중년 일자리 300개 창출”
  3. 3“산은은 부산, 농협은 호남” 대선 앞 프레임 전환
  4. 4부산신항 소형선부두 사후평가
  5. 5산청·하동에 또 산불…8일 초속 25m 야속한 강풍까지(종합)
  6. 6속 터지는 롯데 야구…더 속 터지는 음식주문
  7. 7민주 좌천동 이사, 국힘 민원 친화형…시당사도 대선모드
  8. 8글로컬대 준비기간 한 달 벌었다…지역대들 막판 스퍼트
  9. 9“부산 철도망 핵심허브 부전역, 걷고 싶은 보행친화길 만들자”
  10. 10파크골프 인기…용호동에 대형 실내시설
  1. 1민주 좌천동 이사, 국힘 민원 친화형…시당사도 대선모드
  2. 2장미대선 ‘56일 레이스’…잠룡들 줄줄이 등판 예고(종합)
  3. 3대선일 6월3일…8일 국무회의 의결(종합)
  4. 4이재명 대선·개헌 동시투표 ‘거부’…비명·국힘은 압박(종합)
  5. 5국힘, 주 52시간 예외 등 대선 공약 7대 비전 발표
  6. 6“尹과 절연해야” “뺄셈정치 배격을”…국힘 갑론을박(종합)
  7. 7글로벌허브도시 두고 부산자유시? 최인호 ‘한국형 연방’ 현실성 의문
  8. 8정권교체 56.9% vs 정권연장 37%(종합)
  9. 9“中데이터보안법 우려 여전…딥시크 재개 곧 결정”
  10. 10민주, 국회 통상대응특위 촉구…尹 파면 후 첫 경제행보
  1. 1아파트 거래 모처럼 증가…부산 부동산 시장 풀리나
  2. 2“산은은 부산, 농협은 호남” 대선 앞 프레임 전환
  3. 3대형 주류사만 실적 고공행진…지역업계 ‘연합체’ 추진
  4. 4美 관세발 글로벌 쇼크…코스피 5.57% 폭락(종합)
  5. 5美 관세 충격파 대응…금융당국 “150조 투입”(종합)
  6. 6주가지수- 2025년 4월 7일
  7. 72032년 해기사 8600명 부족…외항상선 과반 운항 차질 우려
  8. 8‘활굴’ 러 첫 수출…수과원, 지능형 컨 활용 수송
  9. 9송월타올, 경북 청송 산불피해 복구·이재민 지원
  10. 10부산 남천동 삼익비치 99층 재건축 무산
  1. 1“부산 올해 신중년 일자리 300개 창출”
  2. 2산청·하동에 또 산불…8일 초속 25m 야속한 강풍까지(종합)
  3. 3글로컬대 준비기간 한 달 벌었다…지역대들 막판 스퍼트
  4. 4“부산 철도망 핵심허브 부전역, 걷고 싶은 보행친화길 만들자”
  5. 5부산119 신고, 42초마다 1건
  6. 6불법 다단계 총책도 속았다, 9억 뜯어낸 법조비리 일당
  7. 7용접 불티 튀며 보온재 발화…하청 부주의·관리부실 합작품
  8. 8‘우리동네 ESG’ 부산시 노하우, 파라과이에 전수
  9. 9경남 농촌체류형 쉼터, 하동군 등 본격 시행(종합)
  10. 10오늘의 날씨- 2025년 4월 8일
  1. 1속 터지는 롯데 야구…더 속 터지는 음식주문
  2. 2파크골프 인기…용호동에 대형 실내시설
  3. 3이정후 클래스…MLB 2루타 1위
  4. 4손흥민 토트넘서 450경기…구단 “위대한 7명에 합류”
  5. 54시간 52분 ‘사직 혈투’…롯데 쓰디쓴 패배
  6. 6존재감 없는 롯데 캡틴…"준우형 도대체 왜 그래?"
  7. 7이정후 시즌 첫 3안타, 도루…오라클 파크 열광
  8. 8극적 8m 이글…이예원, 국내 개막전 정상
  9. 9부상 이강인, PSG서 5번째 트로피
  10. 10프로농구 KCC, 시즌 막판 또 연패
부산 대중교통이 갈 길 독일 정책서 배운다
獨 “행정낭비 말자” 전국 교통정기권 통합…韓은 ‘따로국밥’
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간낭종·대장암 의심 수술비 지원 절실

Error loading images. One or more images were not found.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