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롯데 헐값 이전 등 주도하고
- 3000억 탈세 관여 혐의 받은 李
- 자금관리 등 결정적 진술 못받아
- 신동빈 회장 등 줄소환 차질
- 검찰 "큰 영향 없다" 밝혔지만
- 오너 물증 잡기 어려울 듯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롯데그룹 이인원(69) 부회장(정책본부장)은 검찰의 이번 롯데그룹 수사와 관련한 핵심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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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26일 오후 경기 양평경찰서에서 경찰이 이 부회장의 차량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부회장은 신동빈(61) 그룹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2인자다. 정책본부장은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을 보좌하는 것은 물론 90여 개 그룹 계열사를 총괄 관리하는 막강한 자리다. 자금관리를 비롯한 그룹·계열사의 모든 경영 사항은 모두 이 부회장의 손을 거친다. 이 때문에 검찰은 그가 그룹 경영 전반과 총수 일가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주요 수사 대상자 리스트에 일찌감치 포함해 지난 6월 수사 착수와 동시에 이 부회장을 출국금지 조처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될 예정이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조사한 뒤 신 회장을 비롯해 신격호(94) 총괄회장,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57) 씨 등 총수 일가를 줄줄이 조사하는 수사 일정을 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소환 조사가 총수 일가 쪽으로 향하는 징검다리였던 셈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그룹 내 알짜 자산을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로 헐값에 이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배임 혐의가 있는 것으로 봤다. 아울러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매년 계열사로부터 300억 원대 급여·배당금을 받는 데에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조사할 계획이었다. 그룹 측에서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얻은 수입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신 총괄회장 부자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빼돌린 회사 자금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해왔다.
신 총괄회장이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신영자(74·구속기소)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서미경 씨에게 편법 증여해 3000억 원가량을 탈세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도 조사 대상이었다.
특히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의 경영 비리 연루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과 황각규 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등 '가신 3인방'의 진술을 받아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이날 이 부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총수 일가로 향하던 수사에서 핵심 연결 고리가 상실되면서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최대 고비를 맞게 됐다.
검찰은 이날 이 부회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수사 일정 재검토 계획을 포함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검찰은 또 이례적으로 이 부회장의 개인 비리 혐의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핵심 피의자인 이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롯데그룹 수사가 7부 능선을 넘어섰다고 자평하던 검찰이 수사 동력이 약해지거나 의혹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를 우려하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은 추석 연휴 전에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자살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수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수사 일정의 재검토는 불가피하지만 두 달 넘는 수사를 통해 확정된 범위와 방향은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