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이인원(69) 부회장(정책본부장)의 극단적 선택(본지 지난 27일 자 1·3면 보도)으로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난관에 빠졌다. 검찰 수사의 핵심 연결고리였던 이 부회장이 숨지면서 롯데그룹 총수 일가를 겨냥해 두 달 반 동안 이어져 온 관련 수사는 종착지를 목전에 두고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28일 검찰과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이 부회장의 부재가 이번 수사의 본류인 비자금 의혹 규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
|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지난 27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인원 부회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검찰의 속전속결 수사 난항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6월 롯데그룹 수사에 본격 착수할 때 핵심 사안은 비자금 조성 여부와 규모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그룹의 비자금이 수백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회삿돈 횡령에 이은 비자금 조성과 그 용처는 기업 수사의 단골 메뉴로, 통상 용처 규명 과정에서 정관계 비리 수사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검찰의 그룹 비자금 수사는 상당한 폭발력을 지닌 사안이다. 검찰은 수사 초반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한 사흘 뒤인 지난 6월 13일 현금 30억 원과 금전출납부 등의 서류가 든 신격호(94) 총괄회장의 금고를 발견했다고 공개했다. 총수 일가의 자금관리 임원에게서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매년 계열사에서 300억 원대 자금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더 나아가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화학 원료를 수입하면서 일본 롯데물산을 거래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2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내놓는 등 검찰 수사는 속전속결로 전개됐다.
하지만 그 이후 신 회장 등이 받았다는 300억 원대 자금은 급여와 배당금 명목이라는 해명이 나왔고, 롯데케미칼의 이른바 '통행세 비자금' 의혹 규명도 일본 롯데의 자료 제출 거부로 검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지배구조 및 금융거래 경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자금 추적이 쉽지 않다는 말도 나돌았다. 검찰은 롯데건설에서 500억 원대 비자금 단서를 찾았으나, 정책본부나 총수 일가의 연관성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여타 대기업 수사와 달리 롯데 수사에서는 '내부 제보자·고발자'가 없는 점도 수사 속도를 더디게 한다는 분석이다.
■그룹 총수 일가 운명은
검찰은 일단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신동주(62) 일본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7) 씨 등의 조사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거액의 횡령이나 비자금 조성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검찰이 총수 일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본부 전·현직 지원실장으로 그룹 및 총수 일가 자금을 관리한 채정병(66) 롯데카드 대표, 이봉철(58) 부사장 등은 모두 비자금의 존재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각규(62) 정책본부 운영실장도 배임 등 일부 혐의는 시인했지만, 비자금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누구보다 그룹 사정을 잘 아는 이 부회장마저 유서에서 "비자금은 없다"고 주장해 수사가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