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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이 된 우리동네 청소했을 뿐인데…"

태풍 때 광안리 해수욕장 청소, 미국인 루퍼트 씨 세 모녀 찾아

  • 김민주 기자
  •  |   입력 : 2016-10-14 20:29:16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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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재해 관심 많은 딸 요청에 함께 해변에 나가 청소하게 돼"

"엄마. 광안리는 우리 동네잖아요. 태풍으로 저렇게 엉망이 됐는데 우리가 청소를 돕는 게 어때요?"
지난 5일 광안리해수욕장 청소로 유명해진 루퍼트 씨 세 모녀. 사진은 당시 청소하는 모습. 독자 제공
태풍 '차바'가 부산을 할퀴고 지나간 지난 5일. 광안리해수욕장과 가까운 민락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디아나 루퍼트(Deanna Rupert·여·37) 씨는 큰딸 피오나(13)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태풍이 잦아들자 루퍼트 씨는 큰딸과 작은딸인 스텔라(5)를 데리고 민락회센터 앞 광안리 해변을 청소했다. 태풍에 떠밀려온 쓰레기로 엉망이 된 해수욕장을 청소하는 외국인 모녀의 사진은 온라인 공간에 유포되면서 큰 관심(본지 지난 7일 자 9면 보도)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인인 루퍼트 씨는 7년 전부터 부산에서 생활했다. 기장군 부산국제외국인학교에서 초등반 교사로 일하는 그는 본래 다른 곳에 살다가 바다 풍경과 생활환경을 고려해 수영구로 이사했다. 외국인이지만 광안리해수욕장의 야경과 해변에 대한 애착도 대단하다.

지난 5일 광안리해수욕장 청소로 유명해진 루퍼트 씨 세 모녀. 왼쪽부터 큰딸 피오나와 작은딸 스텔라, 엄마 디아나 씨. 김민주 기자
루퍼트 씨는 "피오나가 2학년 때 학교에서 자연재해에 대해 배웠다. 딸애가 큰 관심을 가진 과목이었고, 거기서 배운 대로 피해를 복구하는 데는 주민인 우리가 직접 나서는 게 좋겠다고 내게 말했다"며 해변 청소에 나서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루퍼트 씨는 우선 밖으로 나가 해변 상황을 살폈다. 잡석과 해초, 쓰레기 등 잡동사니를 맨손으로 치우기 어려울 것 같아 철물점에서 갈퀴를 샀다. 세 모녀는 집에 있던 고무장갑과 장화, 갈퀴로 무장한 채 광안리해수욕장으로 나서 오후 3시부터 4시간 동안 청소를 했다. 루퍼트 씨는 "힘들었지만 점점 잡동사니가 정리되면서 우리 뒤로 꽤 너른 길이 생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우리가 그곳을 다 치울 수 없다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딸들에게 좋은 교육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긴 시간 청소를 하는 세 모녀의 모습은 주변을 지나던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던 주민이 말을 걸어오더니 쓰레기 줍는 것을 돕는가 하면, 마찬가지로 어린 딸의 손을 잡고 해변 청소에 나서는 한국인 어머니도 있었다.

루퍼트 씨는 "SNS와 뉴스에서 우리 소식이 다뤄지는 것에 신기한 기분이 든다"며 "주변을 지나다 우리를 도와준 주민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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