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의약품 리베이트 의혹 수사가 건강보험 약값 책정까지 확대되고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조용한 부장검사)는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평가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낸 A 씨의 자택과 병원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A 씨가 근무하는 병원은 전국 체인망을 갖춘 유명 종합병원이다.

약제평가심의위원회는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의약품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전국의 약대 교수를 비롯해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회의 개최 직전에 당사자에게 통보하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약제평가심의위원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건강보험급여 등재 의약품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회계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제약회사가 A 씨를 상대로 실제 금품 로비를 벌였는지에 초점을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회사가 약제평가심의위원에게 금품로비를 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의혹이 건강보험 비리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검찰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압수수색한 뒤 지난 2일 휴온스 본사와 부산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휴온스는 약 25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중견 제약사다. 지난 3일에는 LG 생명과학 서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의약품 거래 내용이 담긴 자료와 영업·마케팅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업계는 잇단 제약사 압수수색을 두고 리베이트 연루 의혹과 함께 약값 특혜 관련 뇌물수수 혐의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의약품업계에서 비리가 있었는지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최근 제약사로부터 1억2000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부산의 한 병원장 홍모(47) 씨를 구속기소(본지 지난 4일 자 7면 보도) 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