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 옥시 본사·정부 부처 책임 빠져
- 보상 인정 범위 확대·현실화 시급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약 5년 만에 제조사 임직원들이 법적 단죄를 받았다. 재판부가 형사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의미가 크지만 수많은 사상자를 낸 참혹한 사건에 비하면 선고형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 피해 속출…뒤늦은 수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 촉발됐다. 그해 4∼5월 출산 전후의 20, 30대 산모 7명과 40대 남성 1명이 원인 불명의 폐 질환으로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산모 4명은 폐 조직이 급속히 굳는 증세를 보이다 1∼2개월 만에 숨졌다.
역학조사에 나선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내놨다. 옥시레킷벤키저를 비롯해 살균제 제조·판매사들은 일제히 제품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기존에 생산된 제품들은 회수·폐기했다.
2012년 1월 살균제 피해자의 유족이 국가와 살균제 제조·판매사를 상대로 첫 민사 소송을 냈다. 그해 8월에는 유족 일부가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옥시와 롯데마트·홈플러스를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지휘를 받은 경찰의 1차 수사는 2015년 9월에야 마무리됐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수사 인력을 보강해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사망 원인이 된 폐 손상 유발 제품군을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롯데마트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세퓨 가습기살균제로 압축했다.
6개월의 집중 수사 끝에 검찰은 신현우·존 리 전 옥시 대표와 옥시 측에 유리한 실험 보고서를 써 준 교수를 포함해 21명을 재판에 넘겼다. 대규모 사법 처리에도 불구하고 영국 옥시 본사의 책임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로 남았다. 유해물질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정부 부처에도 책임을 묻지 못했다.
■아직도 비극은 현재진행형
검찰 수사는 수년간 답보 상태였던 가습기 제조사의 피해 보상 움직임을 끌어냈다. 지난해 4월 롯데마트가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사과와 보상 계획을 발표했다. 뒤를 이어 홈플러스와 옥시도 보상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날 살균제 제조 임직원들의 재판을 지켜본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는 법정에서 "재직 당시 살균제의 위험성을 알지 못했다"거나 "자신이 퇴직한 이후 생긴 문제"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수년간의 긴 싸움 끝에 책임자들의 첫 유죄 판결이 나왔지만 살균제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부가 살균제 피해 신고자 5294명 중 실제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한 인원은 695명, 보상 지원 대상자인 1, 2단계 피해자는 258명에 그친다.
이에 따라 피해자와 유족,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피해 인정 범위를 늘리거나 보상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된다. 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