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성 검증없이 제품 모방
- 홈플러스 등 前 임직원 유죄
10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기업과 임직원들이 5년 만에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6일 선고 공판에서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신 전 대표는 2000년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판매하며 독성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181명(사망 73명)에게 피해를 준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됐다. 검찰은 신 전 대표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살균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충분한 검증을 해보지도 않고 심지어 제품 라벨에 '인체 안전'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거짓 표시까지 했다. 그 결과 살균제를 구입·사용한 수백여 명의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는 유례없이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원인도 모른 채 극심한 고통을 받다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 피해자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본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의 크기도 짐작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상당수가 어린이인 점을 지적하며 "부모들은 결코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살균제를 구매·사용해 가족을 사상케 했다고 자책하며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통탄했다.
재판부는 주의 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존 리 전 옥시 대표에게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옥시 제품을 모방·제조해 판매한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현 롯데물산 대표)와 김원회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본부장에게는 각각 금고 4년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역을 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임직원들은 화학제품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검증 없이 옥시 제품을 모방해 다수의 인명 피해를 일으켜 중한 결과를 발생시켰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각각 2006년과 2004년 용마산업에 제조를 의뢰해 옥시처럼 PHMG가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했다. 두 유통기업이 판매한 제품의 희생자는 각각 41명(사망 16명)과 28명(사망 12명)이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제조·판매해 27명(사망 14명)의 피해자를 낳은 버터플라이이펙트 오모 전 대표에게도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