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학생 상당수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현장실습을 하는데도 교육당국이 노동인권 보장대책을 세우지 않아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27일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시민단체가 특성화고 현장실습 파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학부모연대를 비롯해 10여 개 단체가 가입한 부산 특성화·마이스터고 현장실습 공동대책위는 27일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현장실습을 나간 청소년들의 '무권리 노동'을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7일 시·도 교육청에 올해 현장 실습을 시행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숙견 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지난 1월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전북 전주의 특성화고 여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많은 청소년 노동자가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거나 휴식도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저임금 노동을 하는데도 교육당국은 '현장실습을 하라'고 지시했다"며 비판했다.

공동대책위가 부산시교육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지난해 특성화고 학생 2945명이 현장실습에 참여했다. 현장실습은 3학년 2학기부터 하는 게 원칙인데도 22개 학교 500여 명은 5월부터 조기 실습에 투입됐다. 과도한 노동이나 인권침해·저임금 등을 이유로 현장실습을 중도에 포기한 학생은 1079명으로 전체의 36.6%에 달했다. 이는 전국 평균 29%를 7.6%포인트나 웃도는 수치다.

대표적인 감정노동직으로 꼽히는 콜센터에서는 90명이 근무했다. 이 중 64명은 전주의 여고생이 일했던 통신사의 콜센터에서 일했다. 특히 17명은 고객들의 항의가 많아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은 '해지 방어부서'에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교육청은 현장실습 중인 학생이나 기업을 학교가 순회지도한 횟수는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는 내달부터 현장실습이 시작될 예정이다. 은행권의 공채가 시작되는 오는 6월부터는 현장실습생 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부산교육청 측은 "밤10시~다음 날 오전 6시와 주말 근무 금지를 담은 표준협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업장에는 실습생을 보내지 않는다. 표준협약 위반이 적발되면 1차로 경고하고 재발하면 학생을 복귀시키고 있다"며 "지난해 10개 사업장을 적발했는데 올해는 점검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