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인, 혐의 부인하며 주장
- 수사·재판 특수본 검사들 비판
- 검찰 "사익 위해 법치주의 훼손
- 정치법정 아냐…원칙 따라 기소"
- 재판 일정 놓고도 신경전
- 당분간 주 2~3차례 열기로
대한민국 헌정사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재판'이 23일 시작됐다. 대기업에서 총 592억 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근혜(65)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하면서 '돈봉투 만찬' 논란에 휩싸인 검찰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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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사진공동 취재단 |
검찰은 이날 재판에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이원석·한웅재 부장검사를 비롯해 8명을 투입했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이상철·유영하·채명성 변호사가 나왔다. 3시간 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모두진술에 나선 이원석 특별수사1부장검사는 "피고인들은 사사로운 이익 취득을 위해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또 "검찰과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방대한 증거를 검토한 결과 피고인들에게 위법행위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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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 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재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wylee@kookje.co.kr |
이 부장검사는 "전직 대통령께서 구속돼 법정에 서는 모습은 불행한 역사의 한 장면일 수 있다"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대통령의 위법행위도 사법절차의 영역에서 심판이 이뤄져 법치주의가 확립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뇌물수수를 비롯한 총 18건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또 "추론과 상상에 의해 기소됐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받아내서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이익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재단의 돈은 정부 부처에서 엄격하게 관리한다. (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쓰지도 못할 출연금을 왜 받아내려고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검찰의 공소장 어디를 봐도 공모관계가 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 변호사는 검찰 간부들의 '돈 봉투 만찬'을 거론하며 검찰 특별수사본부를 공격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뇌물죄와 관련한) 상당수 증거가 대부분 언론기사로 돼 있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검찰이 언론기사를 형사사건 증거로 제출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검사들을) 감찰하고 있다"며 "(국정농단) 사건의 논리를 검찰에 적용하면 (만찬에 참석한) 당사자들도 '부정처사 후 수뢰죄'로 얼마든지 기소 가능하다는 게 변호인의 의견"이라고 했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도 "최 씨를 고발한 시민단체는 제가 뉴스를 보니 얼마 전에 일어난 검찰 돈 봉투 사건을 '뇌물수수·공여' 혐의로 고발했다"며 "재판정에도 (감찰을 받는) 특별수사본부 부장검사가 두 명이 있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이원석 부장검사는 "언론기사를 증거로 삼고 사실관계를 특정하는 정치 법정이 아니다"라며 "전직 대통령인 피고인이 수사할 땐 현직이었는데 여론과 언론기사로 기소할 수 있겠느냐"며 "오해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공소사실이 많고 쟁점이 다양하며 피고인들이 혐의를 부인해 매일 재판을 열어 심리하자고 요청했으나 변호인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양측 입장과 여러 사정을 고려해 당분간은 매주 2∼3차례 재판을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또 오는 25일에는 박 전 대통령만 출석한 상태에서 서류증거(서증)조사를 진행하고 29∼30일 잇달아 공판을 연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앞에는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 150여 명이 모여 석방을 촉구했다.
송진영 기자 ro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