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 행세를 하며 취업 알선 약속을 어긴 유부남에게 겁을 줘 거액의 차용증과 현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여성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 강희석 부장판사는 동거한 남성이 혼인 사실과 직업을 속이자 이에 격분해 수천만 원의 차용증을 쓰게 하고 협박해서 돈을 받아 챙긴 혐의(공갈)로 기소된 A(여·30)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A 씨는 손님으로 온 B 씨를 알게 됐다. A 씨는 "택배 영업소를 운영하는데 사무실 경리로 취직시켜 주겠다"는 B 씨의 말을 듣고 3주간 연인관계로 동거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하지만 B 씨가 유부남에 자녀까지 있다는 사실을 안 A 씨는 "3000만 원을 지불하겠다는 차용증을 쓰지 않으면 사기로 고소하고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겁을 주면서 차용증을 받아 공증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열흘 뒤 다시 B 씨에게 "경리로 취업했다면 받았을 월급 200만 원의 12개월분과 퇴직금 200만 원 등 2600만 원을 지불하는 차용증을 쓰지 않으면 다 밝히겠다"고 겁을 줘 차용증과 현금 300만 원을 받아냈다.

강 부장판사는 "A 씨가 B 씨에게 농락당했다는 점에 격분해 돈으로라도 피해보상을 받겠다는 심정에서 이 사건 행위를 했다"면서도 "B 씨의 자력에 비춰 굉장히 많은 돈을 요구하고 이를 보다 쉽게 받아 내려고 폭로하겠다고 하는 점 등에 비춰볼 때 A 씨의 행위는 사회통념을 넘어서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