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김미향 씨 손글씨로 작성
- "길면 안 읽을까 한 장 눌러담아"
- 청와대 "진상 규명 검토" 답변
"여보세요?" 기자가 김미향(35) 씨에게 전화하자 수화기 너머로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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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 살균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여섯 살배기 쌍둥이 자매인 박나원(왼쪽)·다원 양. 김미향 씨 제공 |
"다원이니?" "아뇨, 저는 나원이에요. 다원이는 옆에 있어요. 엄마는 지금 언니랑 밖에 나가셨어요, 아저씨."
"그렇구나. 나원이는 요새 몸은 어때? 많이 아파?" "병원은 자주 가는데…. 그래도 괜찮아요, 아저씨."
밝은 목소리로 '괜찮다'고 하는 나원이의 목소리를 듣고선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부산 북구에 사는 여섯 살배기 쌍둥이 자매인 박다원과 나원이는 가습기 살균제의 후유증으로 일요일인 11일에도 집에 있었다.
김 씨는 세계 환경의 날인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산 쌍둥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손편지를 보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상규명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김 씨는 '아이들이 의젓하다'는 기자의 말에 "아프면서 철이 빨리 들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나원·다원 자매는 2011년부터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다. 나원이는 돌이 지났을 때, 다원이는 생후 6개월에 각각 호흡 곤란이 찾아왔다.
김 씨는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론/메틸이소티아졸론'(cmit/mit) 성분의 제품을 사용했다. "현재 인과관계 입증을 위해 가습기 제품의 동물실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요. 아이들이 아파서 신경 써야 할 일도 산더미인데, 부모들이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원인을 규명하는 게 너무 힘듭니다."
대통령에게 편지는 왜 썼을까. "지난 5일 서울에서 1인 시위가 열렸어요. 마침 대통령에게 편지를 전달할 기회가 있다고 해서 아이들 재워두고 편지를 썼죠. 길게 적으면 다 읽지 않으실까 봐 줄이고 줄여서 A4 1장 분량으로 맞췄습니다. 대통령께 꼭 도와달라고 했어요."
나원이는 현재 목에 뚫은 구멍에 단 플라스틱 관에 의지해 숨을 쉰다. 온종일 집에서 엄마와 시간을 보낸다. 다원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오늘 무엇을 했고, 어떤 친구들을 만났는지 꼬치꼬치 캐묻는다.
다원이는 나원이보다 그래도 건강하다. 플라스틱 관에 의지할 필요가 없어 유치원을 다니고 있지만, 감기는 달고 산다. 갑자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결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쌍둥이들의 언니인 소원(7) 양은 가습기에 가장 적게 노출돼서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김 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내년에 쌍둥이가 입학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더라도 또래 친구와 달라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한다.
"우리 가족은 박근혜 정부에서 큰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솔직히 지금도 잊힐까 봐 두렵습니다. 정부 차원의 재조사로 진상이 100% 규명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대통령님. 도와주세요."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