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값 대납·골프장 예약 요구도
- 업자는 가격 부풀려 환자에 전가

정형외과 의사 100명이 의료보조기 판매업체에 환자를 소개해주고 리베이트를 받아 챙기다 경찰에 적발됐다. 대학병원 3곳을 포함해 부산·경남의 병원 37곳이 연루됐다. 의사 중 일부는 리베이트뿐 아니라 성접대를 받기도 했다. 의사들이 챙긴 뒷돈은 고스란히 의료보조기 가격에 반영됐다. 시중가의 배에 가까운 가격에 의료보조기를 산 환자도 있었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의료보조기를 판매하는 H사로부터 1000만 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남모(50) 씨를 비롯해 28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1000만 원 미만을 받은 72명은 소속 기관에 통보했다.

경찰은 또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의사들에게 11억3700여만 원의 리베이트를 준 혐의(배임증재)로 H사 대표 문모(42) 씨를 구속하고 H사 임직원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적발된 의사들은 환자에게 의료보조기가 필요하면 문 씨나 H사 임직원을 병원으로 불러 보조기를 팔 수 있도록 돕고 판매 금액의 20~30%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남 씨의 경우 2011년 2월부터 5년여간 9500만 원을 챙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H사가 출장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28만 원에 판매되는 척추 보조기를 40만 원에 팔아 의사에게 준 리베이트 금액을 환자에게 전가했다고 밝혔다. 의료보조기는 의약품과 달리 보건당국의 가격 통제를 받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문 씨 회사가 거래하는 한 병원에서는 의사 8명이 리베이트를 챙기기도 했다.

일부 의사들은 리베이트 뿐만 아니라 문 씨에게 술값 대납이나 골프장 예약을 요구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

심지어 한 대학병원 의사 2명은 성접대까지 받았다. 일부 의사는 H사 직원을 술자리에 불러 욕설을 하는 등 하인처럼 대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H사는 또 지난해 10월 경남에 개원한 40대 의사에게 자사에만 환자를 소개해달라며 5000만 원을 줬고 환자를 많이 소개해주는 의사들에게 명절 선물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의사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증거인멸 방안을 논의하려고 ‘X레이 콘퍼런스’를 열었고, 문 씨에게 관련 자료 폐기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