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환동포·피란민·노동자 삶의 터전
- 거주민 이야기와 역사·풍경 등 기록
- 명품 공간으로 만드는 정책 제안도
- 부산시 마을 재생사업 나침반 역할
- 도로·주거시설 정비 문화공간 생겨
- 지역공동체 우수사례 등 잇단 수상
부산의 도심 산허리를 감싸고 수십 ㎞를 달리는 산복도로는 일제강점기와 8·15해방, 6·25전쟁과 산업화의 산물이다. 1910~1930년대 부두와 방직 노동자들이 움막을 짓고 거주지를 형성한 것이 산동네다. 1945년엔 해방 이후 귀환 동포, 1950년엔 6·25전쟁 피란민, 1960~1970년 산업화 시절엔 갈 곳 없는 노동자들이 모였다. 산복도로는 동구 초량동 초량입구~중구 영주동 메리놀병원 구간에 1964년 ‘수정산복도로’라는 이름으로 최초 개설됐다.
산복도로는 중구 동구 서구 사하구 영도구 부산진구 등에 걸쳐 있다.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 숫자만 120만 명에 달한다. 부산 시민 전체 3분의 1이 사는 지역이지만, 사실 산복도로는 부산의 골칫거리였다. 부산항으로 배가 들어올 때 마천루처럼 보이는 산 중턱 불빛을 보고 뱃사람들이 감탄하다가도 낮이 되면 판자촌인 것을 알고 실망하고 만다는 이야기도 횡횡했다. 산복도로가 있는 산동네는 단지 ‘낙후’의 상징으로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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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구 초량동 ‘이바구 길’에 설치된 전망대 겸 쉼터에서 관광객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국제신문DB |
■숨겨진 보석들
이런 인식에 대해 국제신문은 의문점을 가졌다. 그리고 6·25전쟁 60주년,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시작된 지 100년이 된 2010년 1월 큰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산복도로를 제대로 알기 위한 대탐사에 나선 것이다. 6개월이라는 긴 기간 매주 한 차례 한 지면씩 기사가 나갔다.
국제신문은 ‘산복도로 리포트’를 통해 산복도로의 역사와 풍경 그리고 산복도로 거주민들이 사는 모습을 기록했다. 먼저 산복도로만이 담고 있는 계단과 골목, 이제는 산복도로의 아이콘이 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하늘 주차장’(건물 옥상 주차장)을 소개했다. 40~50년 동안 살면서 산복도로에서 보이는 경치에 취해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도 전했다. 아이들이 줄어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산동네 학교들의 사연도 알렸다. 산복도로가 좋아 산동네로 들어선 예술가들의 이야기도 있다.
산복도로를 명품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위한 정책 대안도 제시했다. 산동네에 벽화와 조형물 등 미술을 접목하는 방법이다. ‘친구’ 등 매년 수많은 영화 촬영지로 주목받는 산복도로에 촬영지를 보존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도심에는 이미 오래전 사라졌지만, 산복도로에는 아직 유지되고 있는 마을 공동체를 소개했다. 또 사람이 떠나 행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산복도로의 실태도 함께 전했다. 태극도마을 안창마을 매축지마을 등 산복도로 속 숨은 보석들을 세상에 내보였다. 그리스 터키 등 외국에 산복도로를 잘 조성한 곳을 찾아가 부산의 산복도로를 개선하기 위한 이상적 방향도 고민했다. 이렇게 6개월 동안 모두 24번의 시리즈 기사를 보도했다.
■산복도로 사업의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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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복도로를 따라 늘어선 건물의 옥상 공간을 활용해 만든 ‘하늘 주차장’. |
이렇게 기록된 산복도로 리포트는 부산시가 2011년부터 추진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산복도로의 역사·문화·자연경관 등의 기존 자원을 활용한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 종합 재생 프로젝트다. 2020년까지 15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금도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다. 당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의 총괄 책임자였던 부산발전연구원 김형균 선임연구위원은 본지 산복도로 리포트의 자문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산복도로 리포트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에 온전히 녹아들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으로 산복도로 곳곳에는 도로와 주거시설이 정비됐다.
금수현의 음악살롱, 장기려 더 나눔센터, 이바구 공작소, 유치환의 우체통, 김민부 전망대, 최민식 사진전시관 등의 상징적 공간도 많이 생겼다. 빈집을 활용해 문화 공간과 예술인 창작 공간도 만들었다.
이런 성과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2013년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지역공동체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세계대도시연합 총회에서 대상을 받는 영예까지 안았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산복도로 르네상스 추진 일지 |
2009년 9월 30일 |
부산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 추진 발표 |
2010년 1월~6월 |
국제신문 ‘산복도로 리포트’ 기획 보도 |
2010년 2월~ 2011년 2월 |
산복도로 르네상스 마스터플랜 수립 |
2011년~ 2020년 |
3개 권역(구봉산 구덕·천마산 엄광산), 9개 사업 구역 순차적 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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