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지적하며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6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9일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특검팀은 이같이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는 징역 6년,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하는 등 7명 모두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결심공판에서 이들의 행동을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나 있던 행태”라고 비판하면서 “자신들이 누리던 알량한 권력에 취해 어느 누구도, 조금도 자신의 행위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였던 문화예술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지난 30년간 국민 모두가 가꿔온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피고인들은 역사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않았다”고 지탄했다.
1심 판결은 구형과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특검팀은 1심과 동일하게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게 하고 보조금 지급에 적용하게 한 행위는 불법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개인의 사익추구를 목적으로 한 다른 국정농단 범행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조 전 수석은 지원배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보고받고 승인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만(51)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이날 열린 첫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미뤘다. 이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봉투가 오면 받으라는 말만 했다.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함께 기소된 안봉근(51)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의 변호인은 “국정원이 청와대에 돈을 보낸 건 사실이지만, 안 전 비서관은 출처를 알지 못했다. 이 돈이 특수활동비이고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주는 뇌물인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