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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통합 보류] 무리한 추진에 중구 주민·공무원 반대…갈등 요소 잠복

배경·과제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18-01-18 20:14:08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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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항 매립지 경계 갈등서 촉발
- 3곳 구청장 교체 맞물려 ‘적기’
- 인건비 등 재정부담 악화도 원인

- 통합 땐 인구 3위·GRDP 1위 등
- 낙후된 원도심 활성화 기대 불구
- 행정조직 축소에 관료사회 반발
- 정부 법적 추진 절차 지연 겹쳐
- 새 시장·구청장 의지도 미지수

부산의 해묵은 난제였던 원도심(중·동·서·영도 4개 자치구) 통합은 지난해 3월 서병수 부산시장이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북항 매립지 경계 조정을 둘러싸고 중구와 동구가 첨예하게 대립한 게 계기였다. 통합으로 갈등을 애초부터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시는 올해 7월 1일 통합 원도심 출범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중구가 강력하게 반대에 나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중구를 제외한 3개 자치구만 통합건의안을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위원회는 아직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오는 7월 통합 자치구 출범까진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이번 원도심 통합 시도는 결국 불발에 그쳤다.
   
부산 북항 매립지 경계 조정을 둘러싸고 동구와 중구가 신경전을 벌였다. 국제신문 DB
■시기는 절묘했으나

지난해 3월 서 시장은 “원도심권이 전반적으로 낙후돼 경제 활성화와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행정구역 통합이 필요하다”며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통합 자치단체장이 선출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 동구가 중·동구 통합을 추진했으나 진척이 없는 등 과거부터 원도심 통합은 지역의 단골 현안이었다. 주민 반대와 행정조직 축소를 우려한 관료사회의 반발로 통합을 진전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원도심 통합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2017년 10월 기준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는 중구 95명, 동구 152명, 서구 184명, 영도구 205명으로 부산시 구·군 평균 298명과 비교할 때 공무원 수가 많았다. 이에 따른 구 전체 예산 대비 공무원 인건비 비율도 중구(27.3%), 동구(21.1%), 영도구(18.9%) 순이어서 재정 부담 악화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18일 부산시와 원도심 4개 구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박극제 서구청장은 “재정자립도가 10%대로 자치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데다, 인구는 계속 줄어 통합 없이는 지역의 미래가 없다는 점에 공감해 공동합의문 발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본부 관계자들이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원도심 통합 즉각 중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지난해 12월 기준 원도심 4개 구의 합산인구는 36만6646명으로, 4개 구가 통합하면 인구 면에서 해운대구와 부산진구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경제규모도 확대된다. 4개 구 합산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4년 기준 11조607억 원으로 부산 1위인 강서구(10조5990억 원)를 넘는다. 통합하면 행정경비가 1000억 원가량 절감돼 주민복지로 돌릴 수 있고, 정부 지원금(통합 지원 인센티브 1조5000억 원 추산)도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내다봤다. 통합 창원시와 통합 청주시는 3000억 원 정도의 국가보조금을 받았다.

시기도 절묘했다. 4개 구 중 중구(김은숙), 서구(박극제), 영도구(어윤태) 구청장이 모두 3선이라 이번에 교체 대상이다. 시는 해당 구청장들이 연임할 수 없는 환경이라 큰 반대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중구가 격렬하게 반대에 나서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구를 제외한 동·서·영도 3개 자치구만 지난해 9월 통합건의안을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 제출했다.

■4년 뒤도 불투명

   
서병수 부산시장이 19일 시청에서 원도심 4개 구 구청장과 함께 원도심 통합 보류를 발표하고 있다.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자치구로부터 통합 건의문을 받은 지방자치발전위가 통합 방안을 마련해 행정안전부에 주면 행안부가 통합을 권고하고, 해당 지역 주민투표 등을 통해 통합이 진행된다. 하지만 위원회는 통합 건의문을 검토조차 못했다. 위원회는 오는 23일 위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본격 출범한다. 위원회가 오는 23일부터 가동한다고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지방자치발전위는 출범 뒤 원도심 통합과 관련해 현장 조사부터 할 계획이어서 위원회의 통합 방안 마련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 일정상 3월부터는 통합 추진이 불가능해져 그 전에 위원회의 통합 방안 마련→행안부의 통합 권고→주민투표 등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주민투표에만 한 달 정도 걸려 시간이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려워지자 부산시가 보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지방자치발전위로부터 ‘원도심 통합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받은 것도 보류에 한몫했다. 지방자치발전위는 원도심 4개 구 통합은 ▷역사·문화적 동질성 ▷지역의 특수성 ▷상생발전 가능성 ▷통합여건 성숙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중 주민여론을 의미하는 여건 성숙도 부문에서 미흡해 통합이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위원회의 내부적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4년 뒤인 2022년 7월 1일 통합 자치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새로운 구청장이 들어설 중·서·영도구는 자치단체장이 재선 욕심에 통합에 쉽사리 찬성할 리 없고, 서 시장도 재선이 안 되면 새 시장이 원도심 통합 건을 계속 추진 과제로 삼을지도 미지수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원도심 통합을 위한 공동합의문

1 부산 원도심은 과거의 영광 회복, 지역균형 발전, 미래세대의 번영을 위해 4개구를 통합한다.

2 통합의 시기는 충분한 주민의견 수렴과 통합논의를 위해 2022년 7월 1일로 정한다.

3 통합구 출범까지 원도심의 미래발전전략 등 주요 사항을 논의할 (가칭)‘원도심발전위원회’를 구성·운영한다.

4 부산시는 원도심 통합을 위해 4개구가 요청하는 현안사업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고, 정부의 인센티브 확보에 최선을 다한다.

5 원도심 4개구는 낙후된 원도심의 상생발전과 미래세대의 꿈과 희망을 위해 상호 배려하고 협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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