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 뇌물 주요 혐의
- 롯데에 70억 강요 ‘제3자 뇌물죄’
- 면세점 사업 ‘부정한 청탁’ 판단
- 삼성 출연금은 경영권 승계 ‘무관’
# 문화계 블랙리스트 개입
- 정부 비판성향 인사 지원 배제
- 헌법상 평등 원칙에 반해 유죄
- 미온적 문체부 공무원 사직 강요
1심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18가지 공소사실 중 16가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4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삼성그룹의 미르·K스포츠 재단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관련 제3자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외면한 책임을 물어 국정 농단 피의자 중 가장 무거운 처벌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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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 18가지 가운데 16가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사진은 1심 선고 공판 직후 법정 모습. 연합뉴스 |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 18가지 가운데 16가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4월 17일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이래 354일 만에 나온 결과다.
재판부는 앞서 공범들의 재판 결과와 마찬가지로 핵심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국정 농단 사건의 발단인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직권을 위법 부당하게 행사했다”며 최순실(61) 씨와의 공모를 인정했다.
롯데그룹이 K스포츠 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 원을 내도록 강요한 제3자 뇌물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에서는 롯데의 면세점 사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본 것이다. 이와 함께 SK그룹의 경영 현안을 도와주는 대가로 K스포츠 재단의 해외전지훈련비 등으로 89억 원을 내라고 요구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그 밖에 KT나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을 압박해 최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회사나 최 씨 지인 회사에 일감을 준 혐의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한 결과로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최 씨와 관계된 혐의 중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800만 원과 미르·K스포츠 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 원은 제3자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는 ‘승계 작업’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승계 작업을 구성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 현안이 박 전대통령과 이 부회장 면담 전에 이미 마무리가 돼 있었던 게 판단의 배경 중 하나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각종 지원 심사 과정에서 블랙리스트를 적용하게 하고, 블랙리스트 적용에 미온적인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의 사직을 요구한 혐의, 노태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국장(현 차관)의 좌천·사직에 개입한 혐의 등이다.
재판부는 “이념 성향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배제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 원칙에 반한다. 지원 배제 사실을 보고받고도 중단하라고 지시하지 않았고, 구체적 행위마다 인식하지 않았다 해도 국정 최고 책임자인 만큼 공범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 수석을 시켜 CJ 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한 혐의(강요 미수)도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CJ 이재현 회장이 탈세 횡령 혐의로 구속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때 이런 대통령의 요구는 충분히 협박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청와대 기밀 문건을 최 씨에게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 누설)도 박 전 대통령이 포괄적 묵시적 지시에 따라 문건이 건네졌다고 봤다.
공소사실별 유무죄 판단을 마친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다. 그 결과 국정 질서에 큰 혼란을 가져왔고,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에 이르렀다. 그 주된 책임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방기한 피고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최 씨에게 속았다거나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등이 행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했다. 대통령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피고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으로부터 받은 70억 원 중 직접 취한 이득은 없고, 롯데그룹으로부터 받은 70억 원이 반환된 점이 양형에 참작됐다고 덧붙였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