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울한 정책 실종의 시대
- 시민 450명이 공약 제안

- 그 중 가장 대표적 정책은
- 사회갈등 풀 직책 신설 등
- 부산시 조직 개편 문제

- “시정협의회 등도 운영을”

6·13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부산시장 후보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지방선거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부산은 ‘올드 보이’의 각축장이 된 탓인지 정책 대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네거티브만 난무한다.

정책 실종의 시대. 보다 못한 시민이 직접 정책 생산에 나섰다. 후보들이 정책을 만들고 그 공약을 표로 선택받는 선거 행태가 바뀌고 있다. 유권자는 정책 컨슈머(Consumer)에서 프로슈머(Prosumer)로 변모해 직접 공약을 생산하고, 이를 후보자들에게 요구하고, 소비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이렇게 지방선거를 시민의 축제로 만들고 있다.

국제신문과 부산참여연대는 시민이 직접 만든 공약 중 실현가능한 대표적 정책을 선별해 소개하고, 후보자에 제안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부산참여연대는 지난 1년여간 ‘리셋 부산 2018’을 주제로 비전과연대21, 사단법인 시민정책공방, 부산지하철노조 등 시민·노동단체들과 함께 주요 사례 분석을 통해 부산이 도입하면 좋을 만한 정책을 다듬고 정리했다. 이번 정책 개발에는 45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분야별로 참신하고 다양한 공약이 나왔다.

시민이 제시한 대표적인 정책은 부산시 사회부시장 및 시정협의회 신설이다. 사회부시장은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인 소득의 불평등과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는 일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부산은 동·서 지역 간 격차는 물론 같은 지역 내에서도 불평등이 심각하다. 최근 공개된 한국건강형평성학회의 시·군·구별 건강불평등 현황 자료를 보면 같은 해운대구 내에서도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간 건강수명 격차는 17.5년이었다. 인근에 살면서도 건강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이런 것이 지역사회 ‘공존’을 위해 사회부시장제를 도입해야 하는 배경이다. 사회부시장직을 신설하는 데 필요한 부시장 정원 확대를 요구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크다.

형식적 소통을 넘어 시민 협치의 시대를 열기 위한 시정협의회, 숙의민주주의를 꽃피울 시민 참여 정책숙려제, 청·중·장년 등 연령별 지원 프로그램과 공공병원 확대, 부산 맞춤형 미세먼지 대책 등 시대적 요구도 제시됐다. 부산참여연대 김종민 공동대표는 “정책 개발에 시민 참여가 활성화한 서울시의 사례를 참고했다”며 “4년마다 한 번 표만 던져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던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 시민이 시정 운영의 주체가 되자는 취지의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