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교권침해 상담 508건
- 폐지 촉구 국민청원 10건 게재
- ‘교육의날’로 명칭 변경 제안도
“해마다 5월이면 교사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분위기가 생깁니다. 감사의 마음은 사라지고, 학생의 마음을 거부하는 일만 남은 스승의날. 이제 없애도 되지 않을까요?”
스승의날(15일)을 앞두고 교사들이 한숨을 짓고 있다. 교권 침해에 울고, 김영란법에 치이며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교사는 “차라리 스승의날을 없애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올해 총 10건의 ‘스승의날 폐지 촉구’ 청원 게시물이 올라왔다. 청원 사이트에 글을 올린 A 씨는 “교사의 권위가 추락해 교사조차 스승의날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교육의날로 명칭을 바꾸고, 학생과 교사가 함께 응원하고 격려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B 씨는 “스승의날 자체가 군사부일체를 중시하는 봉건적 개념”이라며 폐지를 요구했다.
교사 스스로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지난달 19일 박은정 권익위원장이 “학생 대표만 카네이션 줄 수 있다”고 한 말이 이 같은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교사는 “교사 가운데 누가 그 꽃을 받고 싶다고 했나. 왜 교사의 자존감을 이렇게 짓밟는가”며 스승의날 폐지를 요구했다.
일선 교사도 교권이 추락한 상황에서 스승의날이 의미가 없다고 했다. 부산교총 관계자는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못하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요즘은 학생의 그림자를 밟지 못하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스승의날은 무슨 스승의날인가”라며 자조 섞인 말을 했다.
실제로 교권 침해 사례는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는 508건으로, 10년 전인 2007년 204건보다 2.5배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18일 부산지역 한 고등학교에서는 한 교사가 5교시에 등교한 학생을 나무라자, 학생이 교사의 뺨과 가슴을 세 차례 때리고 팔로 목을 감는 폭력을 행사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나마 열리던 기념식도 김영란법 탓에 없애는 분위기다. 북구 상학초등학교 박선옥 교감은 “정부가 카네이션 받는 것도 금지했는데, 무슨 기념식을 하겠느냐”며 “수업에 집중하는 여느 하루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조 부산지부 정지영 정책국장은 “스승의날은 교사가 정한 게 아닌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정한 날이다. 교사는 오히려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부담스러워한다. 그저 조용하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전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