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3시간3분 : 남성 43분
- “가사분담 공평해야” 54.9%
- “부인이 가사 담당” 80.4%
- 인식은 선진적, 현실과 괴리
# 육아휴직은 아내 몫 여전
- 남성 육아휴직 사업장 0.1%
- 수급자 비율도 여성 95.7% 편중
- 일·가정 양립제도 인지율 37.5%뿐
# 국공립어린이집 비율 서울의 절반
- 부산시 전국 최초 워라밸 조례 공포
- 올해 ‘일·생활 균형지원센터’ 개소
22일 부산시가 발표한 ‘일·생활 균형 실태 분석’ 보고서는 부산의 워라밸 수준이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근로시간은 길고, 휴가는 적게 쓰며, 기업의 유연근무제 시행률도 낮았다. 특히 여성의 워라밸은 ‘남의 일’이었다. 가사노동과 육아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저출산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부산의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은 0.98명으로 1명 선이 붕괴됐다.
■워라밸 여성에겐 사치
성별로 구분하면 여성에게 워라밸은 더 힘든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3시간3분으로 남성(43분)의 4배 가까이나 많았다. 다른 시·도와 비교했을 때 7개 도시 중 울산(3시간33분), 대구(3시간5분)에 이어 세 번째로 길다. 연도별로 보면 1999년 3시간25분에서 22분 감소했고, 남성은 14분(1999년 29분)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과 남성의 가사노동 격차는 2시간 이상 벌어져 있다.
여성과 남성이 가사 분담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는 인식은 54.9%로 전국 평균(53.5%)보다 높았다. 8대 도시(세종시 포함) 중에서는 세 번째로 높을 정도로 인식은 ‘선진적’이었다. 하지만 ‘부인이 가사를 담당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0.4%로 가사노동시간에서의 성 역할 차이가 분명했다. 일을 마친 뒤 집에서 워라밸을 누리려는 것조차도 여성에겐 ‘사치’인 셈이다.
■육아부담 여성에게 집중
지역 사업장 중 여성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곳 비율은 1.279%로 전국 평균(1.148%)보다 높았다. 하지만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사업장 비율은 0.100%로 전국 평균(0.125%)에 미치지 못했다. 2016년 기준 지역 육아휴직 수급자는 8513명이며, 이 중 여성 비율은 95.7%로 여성에 육아 부담이 지나치게 편중됐다.
여성이 워라밸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녀를 맡아줄 돌봄기관도 충분해야 하는데, 부산은 취약했다. 부산의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은 전체의 8.4%로 전국 평균(7.0%)보다는 높았지만, 서울(16.8%)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초등돌봄교실 이용률은 8.1%로 전국 평균(8.8%)보다 낮았다. 또한 출산 전후 휴가제, 배우자 출산 휴가제, 육아휴직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직장보육지원, 가족돌봄휴직제 등 ‘일·가정 양립 제도’ 인지도 조사에서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7.5%에 불과했다.
■시, 워라밸 지원 총력전
부산시는 이처럼 열악한 ‘워라밸’ 환경을 극복하고자 관련 조례를 시행하고, 일·생활 균형을 돕는 지원센터를 연다. ‘부산시 가족친화 사회환경 조성 지원 조례’를 ‘일·생활 균형 지원 조례’로 명칭을 개정해 시 정책의 초점을 워라밸에 맞춘다는 취지다. 종전까지는 가족·여성에 방점을 찍었다면 지금부터는 기업 등 사회 전반으로 일·생활 균형 문화를 확산한다는 의도다. 전국 최초의 워라밸 조례로, 지난 16일 공포됐다.
조례에 따라 ‘일·생활 균형지원센터’를 올해 하반기 부산여성가족개발원(북구 금곡동) 내 설치해 관련 정책을 생산하고, 워라밸 우수 기업을 발굴하며 컨설팅을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워라밸 취약계층인 직장 여성을 위해 아이돌봄 서비스를 강화하고, 여가문화를 조성하는 등 일·생활 균형을 위한 사회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워라밸 분위기 확산으로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여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육아휴직으로 공백이 발생하는 산업체에 대체인력을 훈련시켜 투입하는 사업의 인력을 지난해 100명에서 올해 110명 규모로 확대한다.
부산시 백순희 여성가족국장은 “결국 워라밸과 저출산 극복 문제는 같이 가야 하는 문제다. 육아부담 없는 직장 환경을 조성해 워라밸을 이루고 저출산 문제도 해소하는 방향으로 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 수록된 각종 지표는 통계청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등 각 중앙부처가 생산한 통계를 수집·재편한 것이다. 분야별 주요 지표는 전국 평균 및 8대 특별·광역시와 비교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세종시 자료가 없는 경우는 7대 도시만 비교했다. 일·생활 균형과 관련해 구축하고자 하는 지표 데이터가 없는 경우 부산시 출자·출연기관인 부산여성가족개발원에서 생산한 자료를 활용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