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담하고 부끄럽다” 소감
- 재판개입 증거 인멸 등 조사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관 사찰과 재판 개입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이규진(56·사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공개 소환된 법관 가운데 최고위직으로, 검찰이 윗선 수사를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이 부장판사는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만으로도 한없이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검찰에 출석해 진술하게 된 이상 아는 대로, 사실대로 진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법 농단’ 사태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이 부장판사가 각종 의혹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누구의 지시를 받고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특히 이 부장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를 한 배경에 법원행정처 박병대 전 처장, 임종헌 전 차장 등이 있다고 보고 윗선 개입 여부를 집중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장판사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를 뒷조사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법관 등에게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는다. 또 이현숙 전 통합진보당 전북도의원이 2015년에 제기한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에서 재판부 심증을 빼내고, 선고 기일 연기와 판결문에 ‘해당 소송은 헌재가 아닌 법원 권한’이라는 내용을 적어줄 것을 요청한 의혹도 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후 심의관에게 문제가 될 만한 문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의혹도 있다. 검찰은 최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PC의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법관 사찰 등 의혹 문건이 대거 사라진 흔적을 발견하고 당시 심의관들로부터 “이 부장판사 지시를 받아 문건을 지웠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부장판사는 헌법재판소에 파견 근무 중이던 서울중앙지법 최모 부장판사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대법원과 관련 있는 헌재 사건의 헌법재판관별 입장, 일선 연구관 보고서 등을 이메일로 받은 의혹도 받는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