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첫 공판은 예정대로 진행
5·18민주화운동 때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법원은 “정당한 불출석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광주지법 형사 8단독 김호석 판사는 27일 전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았지만 이 사건 첫 번째 공판을 열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발간한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부인하면서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할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기술한 혐의를 받는다.
이순자 여사가 “전 전 대통령이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아 인지 능력이 정상적이지 않다. 고령에다 건강 문제로 광주까지 가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며 불출석 입장을 밝히고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법원은 전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연기·불출석 사유서를 미리 제출하지 않아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했다.
또 전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는 법률상 불출석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형사소송법상 ▷5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과태료에 해당하는 사건 ▷공소기각 또는 면소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사건 ▷장기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 500만 원을 초과하는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피고인의 신청이 있고, 법원이 권리 보호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해 허가한 사건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 등에 불출석이 가능하다.
전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는 데다 법상 불출석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건강 문제만 들어 재판에 나오지 않겠다는 게 전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이다. 만일 법원이 불출석을 허가하더라도 피고인은 성명 연령 등록기준지 주거 직업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에는 출석해야 한다. 피고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 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오는 10월 1일로 정하고 전 전 대통령 측 정주교 변호인에게 거듭 출석을 요청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