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보호단체 “비인도적 처사”
- 처리 가이드라인 없어 혼란
최근 부산과 경남에서 야생 멧돼지의 출몰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멧돼지의 포획과 처분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부산 기장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기장군 정관읍 방곡리 한 아파트 단지에 출몰했다가 사살된 멧돼지(국제신문 19일 자 7면 보도)는 민간 포획단에 의해 ‘자가소비’됐다. 자가소비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도심 등지에서 사살된 멧돼지의 사체를 민간 포획단이 수거해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걸 뜻한다. 이번에 붙잡힌 멧돼지의 사체는 민간 포획단이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인근 마을회관에 전달했다. 주민들은 멧돼지 고기를 나눠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동물보호단체는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비인도적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멧돼지 출몰 때 엽총으로 일괄 사살하는 점 역시 문제삼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186마리, 올해 10월까지 45마리의 멧돼지가 포획됐는데, 이 가운데 포획 틀을 이용해 생포한 것은 6마리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엽총으로 사살했다.
부산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유해 조수로 분류된 야생동물이 출몰하면 민간 포획단이 경찰과 함께 포획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포획 방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도심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멧돼지 사살을 허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포획 때 마취총을 사용하자고 주장하지만, 소방 당국은 난색을 표한다. 소방 구조대가 사용하는 마취총은 ‘자이진’이라는 마취제를 사용하는데, 이 약품은 멧돼지를 포획할 만큼 약효가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강력한 마취제인 향정약품을 쓰는 것은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에 위반돼 어쩔 수 없이 엽총을 사용한다는 게 소방 당국의 설명이다.
민간 포획단 역시 마취총 사용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민간 포획단 관계자는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효과가 적은 마취총을 사용하라는 주장이야말로 포획단과 주민의 인권을 크게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동물권단체 ‘케어’ 관계자는 “멧돼지 사살과 사체 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동물 구조 전담 소방 인력이나 동물 학대 조사 전담 경찰을 따로 두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