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재수(60·사진)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7일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이날 오후 2시55분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의 한 건물 13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그는 이날 이 건물에 있는 지인 회사를 방문했다가 외투를 벗어둔 채 밖으로 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일부 언론은 유서에 “모든 것을 내가 안고 간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2013년 10월부터 1년간 기무사령관으로 재직한 이 전 사령관은 2014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세월호 정국’이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전개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세월호 유족 동향을 사찰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이 전 사령관을 수사 중인 검찰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전 사령관의 사망 시점은 그에 대한 검찰의 구속수사가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불발한 지 나흘 만이다.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고, 수사 경과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기각 사유였다.
이 전 사령관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검찰 관계자는 “군인으로서 오랜 세월 헌신해온 분의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의 사망 경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면서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피의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점을 두고 수사의 절차나 정당성을 문제 삼는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감지된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기각 이후 이 전 사령관과 접촉하지 않았으며, 추가 소환 일정 역시 조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사령관이 사망하면서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도 검찰은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총괄 책임자가 없는 상태에서 사건의 실체 규명과 공모관계를 파악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나 청와대 고위 인사의 사건 연루 여부를 수사하고자 했던 수사 방향이 재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중앙고·육사 동기로, 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