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좀 써주세요” 명함 돌리기도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외국인 범죄 수사를 돕는 경찰관 통역이 ‘틈새 알바’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 불합격한 외국인이 재도전을 위한 포석을 놓으려고 경찰서 행사에 참석해 명함을 돌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28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우즈베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등 10개국 언어권 외국인 가운데 20명의 ‘경찰관 통역’을 선발했다. 지역의 등록 외국인이 증가하면 인구 100명당 경찰관 통역이 1명이 되도록 해마다 인원을 보충한다. 부산의 외국인 인구는 지난해 약 4만9600명에서 올해 약 5만2100명으로 3000여 명이 늘었다. 올해는 몽골인과 우즈벡인이 많아져 말레이어와 터키어 통역을 충원했다.

통역비는 시간당 3만~3만5000원이다. 보통 3, 4시간 통역하므로 일당은 10만 원이 넘는다. 수입이 쏠쏠해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언어의 통역은 평가를 거쳐 선발해야 할 정도다. 부산경찰청 외사기획계 관계자는 “한국어 자격증 소지 여부, 통역 경력, 거주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고 전화 면접으로 우리말 이해력 수준을 알아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선발한 통역은 경찰관 통역 풀에 등록하고, 수사팀이 필요에 따라 선택해 통역을 요청한다. 이들은 주로 낮에 활동하며, 야간 조사 때는 ‘민간 통역’이 투입된다. 민간 통역은 대부분 경찰관 통역 선발에서 탈락한 외국인이다. 현재 부산경찰청 경찰관 통역 풀은 100명, 민간 통역 풀은 200명 규모다. 경찰 관계자는 “민간 통역은 일감을 얻고 다음 경찰관 통역 모집 때 뽑히려고 경찰 행사에 참석해 명함을 돌리며 ‘영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선발된 통역은 연 2회 온라인 교육을 이수한다. 경찰 수사 용어 강의가 주요 내용이며, ‘피의자의 거친 언어를 그대로 전하라’ 등 주의사항도 교육한다. 현재 경찰관 통역인 중국인 한모 씨는 “최근 보이스피싱 사건 통역을 맡았다. 사건 내용을 이해하고 있어 검찰 조사, 재판까지 연달아 통역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