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지시에 기준 낮춰 업체 선정
- 요구물량 맞출 롯데와 계약 안돼
- 부산환경공단 “재입찰 등 검토”
- “시 눈치보기 급급” 비판 쏟아져
부산환경공단이 하천의 적조 현상을 막는 데 쓰이는 물품의 공급자로 조달 역량이 없는 업체를 선정해 잡음이 인다.
‘독과점 구조를 개선하라’는 부산시의 지시로 진행된 입찰이라는 점에서 ‘시 눈치 보기’ 행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하천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공단은 지난 1월 31일 공단 산하 4개 사업소에서 사용하는 외부탄소원 계약 입찰 공고를 냈다. 외부탄소원은 하수 처리 공정에서 질소를 제거하는 데 사용되는데, 질소를 없애지 못하면 하천에 부영양화가 발생해 적조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환경공단은 입찰을 통해 외부탄소원 10만t가량을 구매해 1일부터 물건을 받을 예정이었다.
공단은 2015년까지 A사와 수의계약을 맺어 외부탄소원을 구매했다. 공단은 지금까지 저급알코올류 4% 이상이 포함된 외부탄소원을 요구했는데, 이 함량을 맞출 수 있는 업체는 롯데정밀화학이 사실상 유일하다. 또 환경공단은 업체의 적격심사 기준으로 연간 3만t 이상의 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A사는 그동안 롯데와 거래를 해온 업체이자 실적 기준을 맞추는 곳으로, 환경공단에 납품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다. 사실상 외부탄소원 거래를 독과점한 셈이다.
그런데 이번 입찰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환경공단이 실적 기준을 1만5000t으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2015년 시가 감사를 통해 입찰자 간 경쟁을 유도해 독과점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기준이 완화되면서 A사 외 B사까지 입찰에 참여하게 됐고, 결국 B사가 계약을 따냈다.
문제는 B사가 납품 역량이 없다는 점이다. 롯데는 지난해 12월 이미 A사와 공급 계약을 연장했다. 롯데와 공급 협약을 맺지 않은 채 입찰에 나선 B사는 뒤늦게 롯데에 구매 의사를 전달했지만 거절당했다. 롯데 관계자는 “A사와 이미 계약을 체결했고, B사에 판매할 여분도 없다. A사와의 계약을 파기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물품을 확보하지 못한 B사가 환경공단에 남품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환경공단 탱크 용량의 한계로 외부탄소원은 저장 기한이 이틀 정도에 불과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환경공단은 오는 5일까지 물품 공급이 미뤄지면 B사의 낙찰자 지위를 박탈하고 재입찰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 일시적으로 A사와의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독과점 구조를 깨고 다른 기업에도 기회를 주기 위해 요건을 완화한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공급 역량이 없는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된 것에서는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실시되는 적격심사에서는 실제 공급 역량이 있는지는 심사 대상이 아니다.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한 업체가 계약권을 따낸다”고 설명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