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사회, 市·동구와 접촉 시도
- 울산서도 대공원 앞 노동자상

3·1절에 부산 시민단체가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재설치하려 했으나 경찰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시민단체는 노동자상 설치 문제를 두고 협의하자고 자치단체에 공개 제안했다.

	지난 1일 적폐청산·사회 대개혁 부산운동본부가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앞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임시 설치하고 ‘강제징용 노동자상과 함께하는 3·1운동 100주년 부산시민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는 지난 1일 오후 3시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과 함께하는 3·1운동 100주년 부산시민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엔 주최 측 추산 500명, 경찰 추산 300명이 참가했다.

집회에서 주최 측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친일역사를 청산하고 자주와 평화의 새로운 100년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유언처럼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며 일본은 역사 앞에 사죄하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 단체가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하려 했던 지난해 5월 1일 노동절 대회 때처럼 충돌이 벌어질까 봐 경력 26개 중대를 배치했다.

집회 현장에는 지난해 노동절 대회 때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설치하려 했던 노동자상이 등장했다. 이날 새벽 경기도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한 노동자상은 집회 시작 전 정발 장군 동상 앞에 놓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노동자상을 일본 영사관 앞으로 옮기려고 스크럼을 짜고 “길을 비켜라” “일본은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폴리스라인을 밀어냈다. 그러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경찰을 밀어내지 못해 도시철도 1호선 초량역 5번 출구 앞에서 대치했다. 대치는 1시간 가량 이어졌지만, 큰 충돌 없이 마무리 됐다.

이날 민주노총 김재하 부산본부장은 “나라의 주권을 살리고 자주와 평화의 길을 가는데 민과 관이 같이해야 한다”며 “부산시장과 동구청장은 노동자상 설치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협상하자”고 제안했다. 또 주최 측은 “경찰과 동구는 정발 장군 동상 앞에 설치된 노동자상을 손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마라”고 경고했다.

노동자상은 소녀상 옆에 설치되지 못하고 영사관 인근에 한 달 넘게 놓여 있다가 지난해 5월 31일 동구가 행정대집행으로 철거한 뒤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옮긴 바 있다.

	같은 날 울산 대공원 동문 광장에 설치된 울산 강제징용 노동자상. 울산시 제공

한편 이날 울산지역 노동단체, 정당, 시민단체로 구성된 ‘3·1운동 100주년 기념 울산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울산대공원 동문 앞 광장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식을 열었다. 울산 출신 조각가인 이원석 작가가 제작한 노동자상은 영양실조로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깡마른 노동자가 채굴용 곡괭이를 두 손에 쥔 모습이다. 노동자상 인근에는 2015년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도 있다.

방종근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