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츠하이머 환자’ 주장 불구
- 자택 출발~법정 입장 때까지
- 시종일관 정정한 모습 보여
- 재판 시작 75분 만에 종료
- 시민 항의에 차에 갇히기도
- 서울 도착 후엔 병원 달려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고도 건강상 이유로 출석을 거부해 온 전두환(88) 전 대통령은 11일 법정에 가기 위해 광주를 오가는 내내 혼자 걸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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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은 뒤 광주지법을 빠져나가자 시민들이 차량을 둘러싸고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 씨는 이날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려고 오전 8시32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섰다. 검은 정장 차림의 전 씨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 에쿠스 차량에 올라탔다. 1995년 내란죄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 ‘골목 성명’을 발표했듯 이날도 별도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쏠렸지만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앞서 알츠하이머, 감기 등 이유로 두 차례나 재판에 불출석한 전 씨는 예상과 달리 혼자 걸어 나왔다. 전 씨가 탄 승용차가 출발하자 자유연대 등 보수 성향 단체 회원 50여 명이 몰려 “가면 안 된다”고 소리 질렀다.
연희동에서 광주지법까지 270㎞를 쉬지 않고 달린 전 씨 차량은 낮 12시34분 광주지법에 도착했다. 애초 전 씨는 이동 중에 점심을 먹고 오후 1시30분께 법원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휴게소에 들렀을 때 취재진이 접근하자 이를 피해 광주로 직행했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탓에 전 씨 이동 경로에서 ‘인간 띠 잇기’ 평화 시위를 하려고 했던 5월 단체의 계획은 무산됐다. 전 씨가 탄 차량이 나타나자 미리 법원 쪽문 입구 주변에 모여 있던 일부 시민은 “감옥이나 가라” “구속해라” 등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계란을 던지는 등 물리적 행동은 하지 않았다.
차에서 내린 전 씨는 “광주시민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호원의 제지를 받던 다른 취재진이 손을 뻗어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묻자 “이거 왜 이래”라고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며 법정에 들어갔다. 전 씨는 재판 내내 직접 발언하지는 않고, 변호인의 모두진술 도중 꾸벅꾸벅 졸다 깨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재판은 시작 후 1시간15분 만에 끝났지만, 전 씨는 취재진과 시민을 따돌리기 위해 30분 이상 법정에 머물다가 밖으로 나왔다. 전 씨는 법원 정문에서 취재진과 시민을 뚫고 겨우 차에 올라탔지만, “전두환을 구속하라. 전두환은 사죄하라”고 외치며 격렬하게 항의하는 시민이 차량을 가로막으면서 한동안 빠져나가지 못해 애를 먹었다. 전 씨는 이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갔다.
한편 검찰은 1994년 법원이 전 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하면서 내린 추징금 가운데 20억 원 안팎을 추가 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법원이 납부 명령한 추징금은 2205억 원으로 현재까지 검찰이 확보한 금액은 1174억9700여만 원(53.3%)이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