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명 제보한 피해 학생 40여 명
- 경찰, 집 방문 등 수사방법 고민
- 2차 피해도 막기 위해 ‘초긴장’
- 교사 대거 수업·업무서 배제
- 학교 측, 시간강사 긴급 채용
교사 17명을 한꺼번에 수사하는 초유의 사태를 두고 경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교사가 무더기로 빠져나가면서 학교 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SNS를 통한 학생들의 ‘스쿨 미투’로 성희롱·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A여고 교사 13명(국제신문 20일 자 8면 보도)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고 20일 밝혔다. 동래경찰서 역시 학생들이 대자보와 SNS를 통해 성희롱·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B여고 교사 4명에 대해 같은 날 수사에 착수했다.
부산진경찰서는 교사 13명(재직 8명, 전출·퇴직 5명)뿐 아니라 피해 학생 43명도 조사한다. 이 학생 43명은 부산시교육청이 A여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실명으로 피해 사실을 제보했다. 경찰은 설문 내용을 분석해 성폭력 행위의 경중을 나눠 교사들을 수사할 예정이다. 부산진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설문조사에 실명으로 응한 학생들에게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조만간 연루된 교사들을 소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방대한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다. 피해 학생들을 모두 경찰서로 불러 조사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경찰은 학생들을 가까운 치안센터에서 조사하거나, 이를 거부하면 경찰관이 직접 집으로 방문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경찰은 수많은 피해 학생의 ‘2차 피해’도 막아야 해 초긴장 상태다.
상황은 동래경찰서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제보 방식이 대자보와 포스트잇, SNS 등으로 다양해 수사를 마무리하는 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경찰은 수업 차질과 학부모 혼란을 우려한 학교 측이 빠른 수사를 요구해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
문제가 불거진 학교들도 혼란에 빠졌다. 교사가 대거 수업과 업무에서 배제돼 학사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서다. 특히 수사 대상이 된 A여고 교사 13명 중 4명은 3학년 담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A여고는 긴급히 담임을 교체하고, 지난 19일 시간강사 채용 공고를 냈다. A여고는 기존 교사들이 빠진 자리를 당분간 시간강사로 채울 계획이다.
이 같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학생과 일반인(교사) 간 불미스러운 사건이 벌어졌을 때 학교 차원의 조처가 어려운 건 물론 피해자 보호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학생들 사이에 벌어진 학교폭력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가해·피해 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조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과 교사 간에 벌어진 사건은 경찰 수사를 거쳐야 하고,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강제 규정이 없다.
‘미투’와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해온 동아대 권명아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대책을 요구하면 그때야 조처하는 방식으로는 교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학생인권보호 차원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부산은 사립학교 수가 많아 교사 순환이 안 되고 재단과 유착돼 있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황윤정 신심범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