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료계 협의체로 대응 필요
- 원자력의학원장, 오 시장과 회동
- 중입자운영위에 의학원 포함 요청
부산 기장군에 들어서기로 확정된 중입자가속기(국제신문 지난 1일 자 1면 등 보도)를 둘러싸고 주사업자인 서울대병원이 관련 사업을 독식할 우려가 제기된다. 어렵게 정상 궤도에 오른 중입자가속기 사업이 의료산업 성장과 의료복지 확대라는 성과를 내려면, 지역 의료계가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부터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상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은 2일 중입자치료센터를 방문한 오거돈 부산시장에게 “2023년 가동하는 치료센터의 프로세스 중 하나로 원자력의학원 등 지역의료기관도 진단, 처방, 후속 치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원자력의학원을 포함한 지역 병원은 중입자가속기 운용이 시작되면, 환자 치료부터 후속 진료까지 서울대병원이 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자력의학원 등 지역 병원이 중입자치료센터를 활용하지 못하고, 서울대병원만 바라보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지역 의료계에선 “자칫 지역 병원이 중입자치료센터에 침상만 제공하는 ‘숙박 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원자력의학원은 사업의 크고 작은 현안을 논의하는 ‘중입자가속기 구축 지원 사업 운영위원회’에 의학원이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지역 의료계의 여론이 수렴돼야 중입자가속기 사업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원자력의학원 측 요구에 한국연구재단은 이날 오후 박 원장을 운영위원으로 위촉하겠다고 알렸다.
박 원장은 “원자력의학원 설립 목적 중 하나는 중입자가속기를 통해 주민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라며 “지역 병원도 중입자가속기를 치료 계획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중입자치료센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서울대병원과 원자력의학원 간 협의가 필수”라며 “원자력의학원이 침상만 제공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중입자가속기는 탄소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암세포만 파괴하는 ‘꿈의 암 치료기’다. 중입자가속기 도입 사업은 치료기 국산화 실패, 기종·사업자 변경 등으로 수년간 표류하다가 지난달 29일 주사업자를 서울대병원으로 변경하면서 속도를 내게 됐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