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한 사회시스템 구축
- 치매 코디네이터 제도 도입
- 환자 관리 전문인력 양성
- 시 지원팀·전문의 등 네트워크
- 집 가까운 곳서 다양한 서비스
# ‘치매 사회’ 체계적 교육
- 초·중학생 눈높이 맞춘 강좌
- 기억 잃어 집 못찾는 어르신
- 가족 인계 모의훈련도 실시
- 삶의 마지막까지 존엄 유지
‘치매에 걸려도 안심하고 외출하며, 살 수 있는 지역 만들기’. 일본 규슈의 소도시인 오무타(大牟田)시의 슬로건이다. 한때 탄광마을로 인구가 20만 명이 넘었던 이곳은 지난해 기준 11만5800명으로 크게 줄었다. 젊을 때 정착한 이들이 노인이 되면서 고령자는 4만1300명이나 된다. 고령화율이 35.7%로, 일본 내 인구 10만 명 이상의 도시 중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다. 2025년이면 고령화율이 4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치매 의심 어르신만 6000여 명이다.
이런 고민에 시는 정책 방향을 고령자, 특히 치매 환자에 맞췄다. 치매(일본 용어로 인지증)에 걸려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치매 맞춤 대책으로 사회 시스템을 정비한 것. 주민 만족도가 크게 늘었고, 240여 지자체가 ‘치매 정책 우수도시’로 오무타시를 방문해 배워갈 정도로 일본 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 치매 코디네이터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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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오무타시가 매년 9월 개최하는 ‘치매 모의훈련’ 모습. 치매 환자역을 맡은 어르신이 거리를 배회하자 어린이들이 집 주소와 연락처를 물어보고 있다. 오무타시 제공 |
오무타시의 치매 정책은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에 기반한다. 치매에 걸려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지에 격리시키지 않고, 정든 집과 지역에서 안심하고 계속 살면서 삶의 마지막까지 인간 존엄을 유지하면서 지낼 수 있도록 주민 모두가 치매 어르신을 돕는 마을 시스템 마련에 주력한 것이다.
우선 ‘치매 코디네이터’라는 제도를 2003년 일본 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의료나 돌봄시설 현장에서 치매 환자를 관리하는 전문 인력으로, 2년간의 치매 코디네이터 양성교육을 받으면 자격증을 얻는다. 지금까지 수료자만 136명. 현재 교육 중인 인력만도 21명이다. 이들은 건강상담부터 주거지원 등 치매 환자를 그들의 삶 속에서 관리하는, 그야말로 치매 특화 인력이다.
오무타시 지역치매지원팀은 이들 치매 코디네이터와 치매 관련 신경과 전문의, 6개 지역포괄지원센터(노인 의료부터 장기요양, 주거지원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기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원팀은 치매 예방을 위해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하며, 오무타시 보건소 내 치매 코디네이터가 상주하는 ‘치매 뭐든지 상담실’을 운영해 환자나 가족의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치매 카페’를 운영해 어르신이 차를 마시고 수다도 떨면서 치매 관련 대처법을 익히게 하고, 치매 환자 가족 모임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오무타시에는 100명 이상을 수용하는 노인주간보호시설(데이케어센터)이 10곳, 치매 노인 주거지원시설인 그룹홈은 45곳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처럼 규모가 큰 요양시설은 더 확대하기 어려워 시내 25곳에 ‘소규모 다기능 노인요양 주택사업소’를 개설, 어르신이 내 집 가까운 곳에서 맞춤형 치매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기존 요양시설보다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인 20명 이내의 소규모 어르신 돌봄시설이다.
■ 비상연락체계 가동
오무타시는 무엇보다 ‘치매 교육’을 중요시한다. 시는 2004년부터 지역 내 초·중학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치매를 올바로 이해하도록 하는 강좌를 열고 있다. 지난 15년간 8000명이 넘는 학생이 치매 이해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치매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없어야 ‘치매 사회’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오무타시는 매년 9월 ‘치매 환자 모의훈련’을 시행한다. 치매 환자 역할을 하는 어르신이 거리를 배회하면 시민은 말을 걸고, 가까운 경찰서나 관공서로 연락해 가족에게 인계하도록 하는 모의훈련이다. 기억을 잃고 집을 찾지 못하는 어르신을 보면 바로 경찰서로 모시고 가도록 치매 노인 대처법을 시민에게 교육하는 것이다. 매년 3000명 정도의 시민이 참가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오무타시 건강복지추진실 이케다 타케토시 실장은 “모르는 이와 말하는 것조차 힘든 세상에 말을 걸어본 사람만이 더 쉽게 남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이런 경험을 쌓아 위기상황에 대처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실제 상황에서는 시와 경찰서, 소방서, 교통기관, 학교 등이 연결된 ‘SOS 네트워크’가 이를 지원한다. 치매 노인 실종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서는 SOS 네트워크를 발동해 시와 소방서, 학교, 지역병원 등 각종 기관에 실종자 정보를 신고 20분 내 동시에 전달한다. 문자로 정보를 전달받은 시민이 실종자로 의심되는 노인을 발견하면 곧바로 신고하도록 하는 체계다. 실종에 대비해 SOS 네트워크에 사전 정보 등록을 한 치매 어르신만 300명에 이른다.
이케다 실장은 “과거에는 치매 환자의 인신을 묶어놓고 약을 먹여 조용히 시키는 방식으로 관리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최고의 노인요양 서비스는 치매 환자라도 인간 존엄을 인정받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이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가 함께 치매 어르신을 돌보고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개호보험(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 개념)이 시행된 2000년 오무타시 개호서비스사업자협의회를 출범, 치매 코디네이터, 치매 교육, SOS 네트워크 등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오무타=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