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교육청은 올 2학기만 288억
- 내년 949억·2021년 1351억 필요
- 증액교부금 등 뺀 절반 자체 편성해야
- 시·도교육감과 원활한 협의 실패 땐
- ‘누리과정 사태’ 재연 가능성 우려
- 지방재정 교육교부금 비율 상향
- 교육부 독점 교육권한 이양 주장도
정부와 여당이 올해 2학기 고3을 시작으로 2021년부터 고교 전면 무상교육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재원을 전국 시·도교육청과 절반씩 부담하는 안을 내놨다. 각 시·도교육청은 대부분 당·정·청의 고교 무상교육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재원 분담엔 다소 부담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무상교육 재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난 정부 때의 ‘누리과정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교 무상교육 시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 홍영표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대통령비서실 김연명 사회수석 등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시·도교육청 재원 확보 관건
당장 올해 2학기 고3 무상교육 재원은 정부 지원 없이 각 시·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다행히 2학기라 입학금이 없고,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만 지원하면 된다. 따라서 시·도교육청은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이 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부산시교육청이 올해 투입해야 할 예산은 288억 원이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당·정·청 안대로라면 고교 전면 무상교육이 시행되는 2021년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전체 예산 1조9951억 원 중 9466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부산시교육청은 내년엔 949억 원, 2021년엔 1351억 원이 필요하다. 이 예산 중 교육부 증액교부금(47.5%)과 지방자치단체 지원금(5%)을 빼면 2020년 450억 원, 2021년 641억7250만 원가량을 부산시교육청이 자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예상 배정은 시·도교육청의 협조에 기대는 방식이다. 만약 시·도교육감이 거부하면 무상교육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감의 협조를 구했다. 이미 전국 시·도교육청이 저소득층 고교생 학비로 5380억 원가량을 지원하고 있으므로, 그만큼 부담이 줄어든다”고 밝혔지만, 3년 뒤 새 교육감들이 선출돼 정부가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교원단체들도 이날 당·정·청의 고교 무상교육 발표를 일단 환영했지만,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는 재원 확보 방안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확대한다는 방침에는 찬성한다”면서도 “한 번 시작하면 계속할 수밖에 없는 정책인데 안정적 재원 확보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또 “내국세 총액 중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나가는 비율을 높여 무상교육 재원을 확보하는 게 가장 바람직했다”며 “지금 방식이면 무상교육 예산을 확보하느라 다른 예산을 줄일 수도 있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고교 무상교육은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균등한 기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면서도 “재원확보 방안에는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이날 논평에서 “고교 무상교육 예산의 절반을 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시·도교육감 사이에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과거 ‘누리과정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며 “교육청에 재원 부담을 요구하려면 현재 교육부가 독점한 (초·중등) 교육 권한부터 교육청에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교육청이 무상교육 예산을 부담하면 학교기본운영비가 감축돼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며 “생색은 국가가 내고 부담은 전국 학생이 짊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립 외고 지원 대상 포함
모든 고교가 다 무상교육 혜택을 받지 않는다. 지원 대상은 초·중등교육법상 고교와 고등기술학교다. 그러나 입학금과 수업료를 학교장이 정하는 사립학교 중 교육청의 재정결함보조를 받지 않는 학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율형사립고와 일부 외국어고 예술고 등 특수목적고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특목고 중에서도 공립 외고 등은 지원 대상이다. 무상교육에서 제외되는 고교는 2018년 기준으로 94곳이며, 학생 수로는 6만8000여 명이다. 무상교육이 이뤄지지만, 고교 과정이 법적으로 의무교육이 되지는 않는다. 앞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미 고교 진학률이 100%에 육박한 상황에서 법적으로 의무화했을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당장 강제성 부여는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