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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치매 보듬는 사회 <5> 뒤셀도르프 치매카페

독일 치매 어르신, 친구와 차 마시고 노래하며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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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동양인 방문에 갸우뚱거려
- 기자란 설명에 “잘 왔어요” 환영
- 공예·요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

- 치매에 걸려도 고립되지 않고
- 일상적 삶 누리게 하는 데 중점

- 다른 돌봄시설 다녀도 이용 가능
- 참가비용 사회복지보험서 지원
- 경증 치매환자도 자원봉사 활동

지난달 20일 찾은 독일 뒤셀도르프 북부 라인강변 카이저스베어트 지역의 ‘카페 이졸데(Cafe Isolde)’. 호텔과 요양원 등이 들어선 아담한 공원 한쪽에 마련된 이 카페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일반 커피숍의 모습이 아니다. 마을에 사는 60~90대 치매 어르신이 모여 차를 마시고, 수다를 즐기며, 여러 인지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지역사회 돌봄(커뮤니티 케어)의 장이다. 일종의 ‘메모리 카페’ 또는 ‘알츠하이머 카페’로 치매에 걸리더라도 고립되지 않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일상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이날 카페 이졸데에서는 애프터눈티(오후 간식거리와 함께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는 유럽의 독특한 차 문화)와 노래교실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독일 뒤셀도르프 북부 카이저스베어트 지역의 치매카페인 ‘이졸데’에서 어르신들이 베아테 한 음악가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선정 기자
■애프터눈티와 노래교실

“오늘 여러분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에서 기자가 오셨습니다. 환대해주세요.” 카페를 찾은 치매 어르신들이 낯선 동양인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대자 엘케 헬펜 카페 매니저가 큰 소리로 외쳤다. 설명을 듣고서야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표정이 풀렸다. 박수를 치며 “잘 왔어요. 와주셔서 감사해요”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오후 2시가 되자 애프터눈티 시간이 시작됐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커피와 홍차, 디저트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일상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30분 정도가 지나자 헬펜 매니저가 다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재차 말했다. 그는 “치매 어르신은 단기 기억력에 문제가 있으므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계속 반복해서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기자에 대한 설명은 그 후로도 30분 간격으로 계속됐다.

차를 마시면서 콩트를 읽는 독서시간이 이어졌다. ‘할머니, 케이크 만들려면 달걀이 몇 개 필요해요?’ ‘뭐라고? 맥주는 안 넣어도 돼!’ 보청기를 안 해 귀가 잘 안 들리는 할머니와 손녀딸의 일화를 담은 ‘할머니, 레몬케이크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단편집을 자원봉사자인 시벨 시메데스 할머니가 읽어주자 어르신들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애프터눈티 시간이 끝나고 음악가인 베아테 한 씨가 진행하는 노래교실이 시작됐다. 음악선생님이 기타로 독일 민요나 동요, 1960·1970년대 가요를 부르면 어르신이 따라 부르는 프로그램이다. 치매는 단기 기억력은 약하지만 오래된 기억은 생생하고, 특히 기억 중 가장 천천히, 늦게 사라지는 영역이 노래라는 점을 들어 음악을 통해 기억력을 되살리고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시간이다. “새들이 지저귀고, 부엉이가 울고…” ‘새들의 결혼식’을 연상하는 민요가 연주되자 무뚝뚝한 표정의 할아버지도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참가 어르신들은 북을 두드리며 반주를 하고, 일어나 춤을 추기까지 했다.

“쿠쿠 쿠쿠.” 뻐꾸기가 우는 소리가 담긴 노래가 나왔다. “한국어로는 ‘쿠쿠’를 ‘뻐꾹’이라고 한다”고 하자 “그렇냐. (말이 다른 게)신기하다”며 박수를 쳤다. 속담의 앞 부분을 말하면 뒷부분을 맞히는 언어게임 시간도 뒤따랐다.

■카페서 치매를 말하다

   
뒤셀도르프시 치매서비스센터.
카페 이졸데는 15년 전 뒤셀도르프 치매서비스센터 개소와 함께 문을 열었다. 노인주간보호시설(데이케어센터)처럼 매일 가지 않아도 되고, 집에서 지내면서 가끔 반나절 동안 여러 프로그램을 즐기고 또래 친구를 만나고 싶은 치매 어르신을 위한 커뮤니티다. 노래교실뿐 아니라 염색수업, 공예교실, 와플 등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 요리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대부분 초기부터 중기 사이 치매를 앓는 어르신이 이용하며, 일부 중증 환자도 있다.

데이케어센터 등 다른 돌봄시설 이용자라도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데이케어센터를 다니다가 하루 정도 쉬며, 카페를 찾아도 되는 것. ‘카페’라는 이름만큼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려고, 별도로 신청을 받지 않고, 정원도 따로 정해놓지 않았다. 데이케어센터 등 요양시설을 이용하면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의 하루 3시간 프로그램을 중복해서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카페 이졸데는 현재 월·수·목 오후 2~5시 주 3회만 운영되는데, 지역주민의 반응이 좋아 주 4회로 확대할 계획이다. 카페 참가비는 시간당 10유로, 보통 3시간이니 3만9000원 정도다. 카페 이용료는 사회복지보험에서 지원되므로 사실상 본인 부담금은 없는 셈이다.

매니저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원봉사(14명) 체제로 운영된다. 이날 카페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는 총 3명. 이들도 60~80대 노인이다. 이날 자원봉사자 중 헬무트 바서푸어 할아버지는 치매(경증)를 앓고 있다. 바서푸어 할아버지는 집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다 자원봉사를 시작하고선 웃음이 늘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자원봉사를 했는데 남을 돕는 일이 재미있고 즐겁다”며 카페가 좋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는 차량 픽업을 하고, 애프터눈티를 준비하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돕는 등 프로그램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40시간 교육을 받고, 40시간 인턴십을 거쳐 자원봉사를 하게 되는데 교육을 통해 치매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지원자는 물론 활동자가 꾸준하다는 설명이다. 다른 자원봉사자인 안네그리드 괴레스 할머니와 시벨 시메데스 할머니는 카페 이졸데가 문을 열 때부터 지금까지 15년째 봉사활동을 이어오는, 커뮤니티 케어를 실제로 이끄는 주인공이다.

엘케 헬펜 매니저는 “치매는 병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우리 카페는 의사처럼 치료를 해주는 게 아니라 치매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일을 한다”며 “치매를 앓는 어르신이 계속 살던 곳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일상생활을 보내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독일 뒤셀도르프=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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