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절영로·올해 승학산…
- 도로 인근 급경사지부터
- 축대·옹벽 붕괴 매년 반복

- 지반 약해지는 해빙기
- 집중호우 잦은 장마철
- 낙석·무너짐 사고 집중

- 주관부서·컨트롤타워 부재
- 사고 땐 차량통제 수준 그쳐

집채만한 바위가 경사를 따라 데굴데굴 굴러 안전펜스에 강하게 부딪히는 데 걸린 시간은 몇 초에 불과했다. 지난 2월 22일 부산 사하구 승학산 일대 산비탈이 무너져내려 가로등이 부서지고 차량 출입이 통제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사고 지점은 현재도 커다란 방호벽으로 막힌 채 복구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유독 산지가 많은 부산에는 해마다 산사태 사고가 반복된다.

■작년도, 올해도… ‘산’이 위험하다

	지난해 6월 28일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 인근 공사현장에서 폭우로 인해 옹벽이 무너져 보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신문DB

산사태는 토양이나 암석이 산의 사면을 따라 갑자기 미끄러져 내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7년까지 최근 10년간 산사태로 인해 연평균 5명의 인명 피해가 일어났고, 평균 복구비 450억 원이 투입됐으며 피해면적은 240㏊에 이른다. 특히 부산지역은 최근 도로 인근 급경사지에서 붕괴 사고가 잇따른다. 승학산 붕괴 사고는 당시 아침부터 공사장 복공판이 뒤틀리고 도로 지반이 밀리는 등 전조 증상이 발견됐다. 이후 지름 4ｍ가량의 커다란 암석이 떨어져 인근 주민과 근로자가 대피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은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가 진행 중이던 곳으로 지난해부터 계측기를 설치해 측정한 결과 경사면의 변화가 꾸준히 감지됐다. 사고 이후 부산시의 조사 결과에서도 급경사지에서 매일 2㎜가량 균열이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급경사지 위쪽 55ｍ 지점에도 20∼30㎝가량 큰 균열이 발견되기도 했다. 시와 사하구는 긴급복구 작업 이후 대한토목학회에 용역을 의뢰해 정밀안전진단을 받아 낙석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지반 안정성 검토와 대책 수립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고 원인 분석까지는 한 달, 항구 복구대책 수립까지는 3, 4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에는 영도구 영선동 흰여울문화마을 부근 절영로에서 기초공사 중이던 3층 신축건물의 축대가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해당 도로는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돼 복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영도구는 이후 절영로 도로사면에 대한 안전성 검토 및 관리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해 대응했다. 도로노면 변형원인, 붕괴현상 원인규명, 절영로 및 사면의 안정성 해석, 흰여울마을 건축허가 시 유의사항 및 향후 유지관리방안과 더불어 조사결과 도출된 문제점과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해빙기·장마철 산사태 사고 빈번

산사태는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해빙기에 약해진 지반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낮과 밤 기온차가 큰 해빙기

	지난 2월 22일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장 인근 산에서 지름 4ｍ 크기의 바위가 떨어져 있다. 국제신문DB

는 땅속에 스며든 물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지반을 약하게 만든다. 경사가 급한 절개지나 공사현장 등은 이맘때가 되면 갈라짐과 무너짐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빈번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4∼2018년 낙석사고는 총 33건 발생했고, 특히 3월(10건) 4월(7건) 전체의 52%가 집중됐다. 최근 10년간(2008∼2017년) 해빙기 안전사고는 총 45건 발생했으며 총 8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사고 중 51％는 급경사지에서 발생했고 이어 축대·옹벽 20％, 건설공사장 18％ 순으로 집계됐다. 소방청 관계자는 “해빙기는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다른 계절보다 붕괴나 낙석 위험이 크다. 인명 사고가 잦은 공사현장 등은 평소보다 작업자 안전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집중 호우가 내리는 장마철도 산사태 발생 원인으로 꼽힌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장마철인 7월에 가장 많은 1398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어 태풍이 상륙하는 8월(401건)과 9월(551건)이 뒤를 잇는다. 지난해 영도구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도 당시오전 시간당 20~30㎜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며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산사태 예방을 위해 전반적인 관리체계를 신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승학산도 과거 채석장으로 쓰여 산사태가 예상되던 지역이었지만, 해마다 관리 부서가 바뀌고 시간이 지나면서 소홀해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부산과학기술대 정진교(토목과) 교수는 “산사태 사고가 발생해도 시에는 뚜렷한 주관부서나 컨트롤타워가 없다. 현장에도 전문 안전요원이 부족하고 경찰이 교통을 통제하는 수준에 그쳐 사고 처리가 미흡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