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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치매 보듬는 사회 <8> 얼마만큼 준비됐나

첫발 뗀 생활 속 치매 돌봄 … 경로당 등 인프라 활용해야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19-05-01 19:06:18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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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65세 이상 치매환자 5만1000명
- 유병률 증가세… 초기부터 관리 중요
- 시민 인식 개선 캠페인·교육 강화 필요

- 정부 내달부터 커뮤니티 케어 시범시행
-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 통합적 제공
- 국가책임제 성공 여부 ‘바로미터’될 듯
- 지자체 단위 케어 마련하고 시설 확충을

우리나라도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는 ‘치매 사회’에 성큼 다가섰다. 중앙치매센터의 치매역학조사를 보면 지난해 기준 만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10.16%로 사상 처음 10%를 넘겼다. 부산의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5만1000명으로 유병률은 전국 평균에 조금 못 미치는 9.03%를 기록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현재는 전국 평균보다 낮지만 2031년에는 10.66%를 기록해 전국 평균(10.60%)을 처음으로 앞지를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 친화 사회’로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지만, 치매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고, 그들을 지역사회에서 돌볼(커뮤니티 케어) 체계는 부족하다.
   
지난달 26일 부산시청 국제회의장에서 부산시가 주최한 ‘치매 정책사업 방향 및 발전 전략’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인식 부족 여전

부산광역치매센터는 대학생 605명을 대상으로 ‘2018 부산시 치매 관련 인식도 및 지식도 조사’를 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치매에 관한 시민의식은 여전히 낮았다. 치매의 대표적 증상을 초·중·말기로 나눠서 볼 때 응답자의 42.1%가 ‘집안 식구를 못 알아봄’ 등 말기 증상을 치매를 대표하는 증상으로 꼽았다. 이는 치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부정적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치매라고 할 때 말기 증상부터 먼저 떠올린다면 초·중기 증상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말로, 이는 조기검진과 발견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치매는 가능하면 초기에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초기부터 여러 인지 기능 강화 프로그램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발병 속도를 늦추고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노인은 100명 중 한 명꼴로 치매에 걸린다’ ‘치매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등 지식도 측정 문항에서의 오답률도 높았다.

일본이나 독일 덴마크(국제신문 지난달 4일 자 6면 등 보도)와 같은 선진 사례에서 보듯 일선 초·중학교에서 또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치매 이해 교실’을 열어 치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환자와 가족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제때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시민 교육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치매 관리, 방향은 잘 틀었으나

문재인 정부가 선포한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 관리에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된 이래 가장 큰 변화라 평가된다. 그전까지 치매 노인은 집에서 오롯이 돌보거나 양로원 등에 실비를 주고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하면서 ‘등급제’에 따른 치매 환자 관리가 본격화했다. 치매(뇌출혈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 포함) ‘등급’을 받으면 요양원이나 노인주간보호센터(데이케어센터) 같은 장기요양기관을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용료의 70~80%는 노인장기요양보험(국민건강보험공단 관리)에서 지원된다. 치매 등급을 받지 않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요양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지원되는 장기요양기관이 아닌 일반 병원 개념이라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된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요양원 요양병원의 부정수급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 데다, 관련 비용이 급증하면서 이런 시설 위주의 치매 관리가 옳은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치매 국가책임제는 방향을 기존 격리시설 중심이 아닌 ‘커뮤니티 케어’ 즉, 생활 속 돌봄 체계 구축으로 틀었다. 어르신이 평생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고 돌봄을 받으면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만족도가 높아지며, 요양원 요양병원 등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실태조사를 봐도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는 응답률이 57.6%로 어르신 대다수가 원하며,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커뮤니티 케어 중심의 치매 관리를 하는 점을 참고했다.

■커뮤니티 케어 시범사업 성공할까

보건복지부는 오는 6월부터 커뮤니티 케어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지역사회 돌봄 체계를 구축해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 등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커뮤니티 케어 선도사업’을 시범적으로 벌이는 것. 치매 관리가 포함되는 ‘노인 선도사업’ 부문에서는 전국적으로 5곳이 선정됐는데 부산은 탈락했다. 다만 ‘노인 예비형 선도사업’ 대상 8곳에 부산 부산진구와 북구 2곳이 지정됐다. 예비 사업지는 정부가 지원하는 다양한 연계사업을 수행하면서 독자적인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 모델을 개발한다. 곧 시동을 걸 커뮤니티 케어 시범사업의 성패는 치매 국가책임제 성공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런 정부 사업과 별도로 지자체 단위의 치매 관리, 이를 위한 커뮤니티 케어 계획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커뮤니티 케어가 가능하려면 치매 어르신을 한나절 또는 반나절 돌봐주는 데이케어센터나 인지 교실 등이 있어야 하는데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데이케어센터는 부산에 140곳, 하루 3시간가량 인지 기능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치매안심센터는 16곳에 불과하다. 신설이 당장 어렵다면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 기존 노인 관련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케어센터 간 천차만별인 돌봄서비스 질 격차를 줄일 방안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함께 치매 노인을 맡아주는 단기보호시설 운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부산에는 현재 단기보호시설이 2곳이 있으나 한 곳은 폐쇄될 예정이고, 남은 한 곳 역시 이용자가 한 명도 없어 유명무실하다. 일본 유럽 등 치매 관리 선진국은 치매 환자를 돌봐온 가족에게 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단기보호시설 강화에 열을 올린다.

나아가 공공형 시설도 추가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부산시 이선아 노인복지과장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요양시설이나 데이케어센터가 없는 구·군에 공립형 치매전담시설 1곳씩을 설치하고, 시 직접사업으로 2020년 개관할 시노인건강센터와 다사랑노인주야간보호센터에 치매전담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부지나 예산 확보 문제, ‘혐오시설’로 대하는 주민 인식 등으로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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